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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추모당에서

by 정영의


살아서도 소풍으로 다닐 곳에

딸 하나 잘 두어 쉬시는 님 앞에

떡과 술병 놔드려 인사를 차린,

오랜 칩거 후의 짧은 바람 쐬기

누가 누가 예쁘니, 요염한 꽃잔디

제 철의 철쭉이랑 미모를 겨루는데

버드나무 씨털은 사뿐히 뛰어내려

잔디밭에 히끗히끗 솜뭉치를 널었네


온 산은 연두, 연두 너울을 두르고

따뜻한 데 좋아하는 비파나무랑

난쟁이 회양목은 클 줄을 모르고

더 크면 참 좋겠네, 저 애기동백은.


뽀얀 도곡 막걸리 감칠맛에 취했나

무르익은 오월의 선경(仙境)에 취했나

벗님들의 도란도란 취중진담에

귀 기울이는, 추모당에 편히 쉬시는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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