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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곰 Jun 21. 2022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 걸까?

앞서 짧게 언급했지만 난 친형이 한 명 있다. 형은 어려서부터 음악을 했다. 10여 년이 넘도록 무명 작곡가의 길을 걸었다. 그리고 지금은 이름만 대면 모두가 알만한 가수들의 곡 작업을 하며 정신없이 커리어를 쌓고 있다. 형이 이 정도로 올라올 수 있었던 건 인맥과 학벌, 금수저와 같은 요인이 아니다. 형은 인맥도 없고 학벌도 부족하며, 반지하에서 생활할 정도로 힘든 시기도 있었다. 대신 형은 음악이라는 확실한 꿈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작곡가라는 구체적인 직업을 진작부터 마음에 새기고 있었다.



난 형이 힘들게 음악의 길을 걸을 때마다 성공할 것이라 확신했다. 지금의 잘된 형의 모습을 보고 결과론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다. 형은 누구보다 하고 싶은 것이 명확했다. 그리고 한 번도 변하지 않았다. 그걸 옆에서 쭉- 보면서 자랐으니 믿음이 생기는 게 당연하다. 물론 작곡가로서 이름을 떨치는 모습을 확신한다는 게 그 진입하기 어려운 음악 시장을 놓고 보면 확률적으로 말이 안 되지만 그냥 느낌이 그랬다. 내가 본 형은 항상 이루고 말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음악적 재능이 있다는 것도 나의 가끔 맞는 촉으로 알고 있었다. (촉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가끔 날카롭게 예민할 때가 있다 하하.)


아무튼, 내 이야기를 하기 전에 연관 없는 우리 형 이야기를 풀어놓은 까닭은 이렇다.

형에 비해 난 아직도 뭘 하고 싶은 건지 모른다. 어려서부터 영상을 해보고 싶었고 지금껏 해왔는데 무슨 소리를 하나 싶겠지만, 솔직한 심정이 그렇다. 형이 걸어온 길과 내가 걸어온 길은 엄연히 다르다. 분야가 다르다는 뻔한 소리가 아니다. 확실히 하고 싶은 꿈을 정한 것과 해보고 싶은 일을 경험해온 것은 다르다는 뜻이다.


심지어 나는 해보고 싶은 일이 영상만이 아니다. 기술을 살려 유튜브를 해보고 싶기도 하고, 카페도 운영해보고 싶고, 아예 다른 분야인 작사가로도 이름을 알리고 싶다. 하지만 이런 것들도 내 진짜 꿈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저 '해보고 싶은 일'에 속한다. 아마 대다수의 사람은 나의 경우에 속할 것이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이 정말 내가 원하는 일인지 알지 못하고, 심지어 꿈이 뭔지 조차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꿈을 꿔야 할까?

해보고 싶은 일을 업으로 삼아 살고 있는 나는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 걸까?


우리는 사실 어려서부터 꿈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으며 자란다. "니 꿈은 뭐니?", "커서 뭐가 되고 싶니?" 같은 질문 말이다. 

내가 어린 시절에는 대다수의 어린이들이 "과학자요."라고 대답했다. 그 증거로 나와 형의 생활기록부에는 꿈을 적는 란에 모두 '과학자'라고 적혀있다. 과학자가 되고 싶은 이유는 없었다. 그저 그 시절에 아이들이 선망하던 대상이었달까. 지금 아이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으면 체감 90%의 어린이가 연예인 혹은 유튜버라고 답하듯 말이다.


"어린아이들의 꿈이 모두 비슷한 이유는 무엇일까?" 


꿈에 관한 이야기는 이 궁금증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대답은 이렇다. 그건 꿈이 아니라 일종의 유행이다.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라 어쩔 수 없이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그게 가치관이 자리 잡기 전인 어린 시절에는 더더욱이 말이다. 남들이 멋있다고 하니까 나도 한 번 '해보고 싶은 일'이 된 것이다. 아직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시기에는 그저 남들이 좋아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삼아 그게 이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일인 양 선망하게 된다. 개중에는 진짜 꿈을 꾸고 있는 사람도 간혹 섞여있기는 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이다. 당신은 어려서부터 과학자가 되고 싶은 구체적인 이유가 있고, 연예인이 되고자 결심했던 순간이 너무 생생해서 놓지 못하는 사람이었는가? 그렇다면 어려서부터 꿈을 찾은 1%의 사람이니 이는 정말 축하할 일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항상 교육을 통해 무언가를 배운다. 지금 몸에 배어있는 행동과 생각들이 크면서 자연스럽게 습득한 결과물 같지만 사실 아니다. 이는 모두 교육이라는 과정을 통해 체득된 것이다. 학교에서 선생님을 보면 인사하는 행동이 크면서 알아서 깨닫게 된 행동일까? 절대 아니다.

 어릴 때 부모님을 따라다니다가 누군가를 만나면 부모님이 제법 단호한 말투로 "인사해야지"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 말을 따라 쭈뼛쭈뼛 인사를 했는데 인사하고 나니 아니 웬걸? 어른들의 칭찬을 한 몸에 받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 인사를 하면 이쁨을 받는구나."를 깨닫게 되고, 다음부터는 시키지 않아도 먼저 인사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교육 과정이 우리의 가치관을 만들고 행동하게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꿈을 꾸는 방법을 모르는 것도 이해가 가기 시작한다. 우리는 꿈에 대해 특별히 교육받지 않는다. 꿈을 꾸는 방법도, 꿈과 해보고 싶은 일을 구별하는 방법도 배우지 않는다. 기껏해야 "니 꿈이 뭐니?"라는 질문을 받고 멍-해지는 경험을 몇 번 해보는 게 전부이다. 


 나 또한 그렇게 살았다. 어릴 적에는 아무 이유도 없이 과학자를 선망했고, 조금 커서는 공부가 하기 싫어서 6개월 정도 입시미술을 한 적도 있다. 그러고 나서 영상이라는 분야를 마주했지만 아직까지도 이게 진짜 내 꿈인지는 잘 모르겠다. 해보고 싶은 일이었던 건 확실한데, 이게 진짜 내 꿈인가를 생각해보면 항상 답이 나지 않은 채로 문을 닫게 되었다. 서른이 넘도록 꿈 하나 찾지 못했다니.. 이 얼마나 허망한 인생인가. 잠시 깊은 고민에 빠졌던 시기도 어쩌면 당연하다. 

당신은 어떠한가? 지금 당신을 점검할 수 있는 방법을 다시 제시하겠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이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인지, 그 너머에 또 다른 기쁨을 안겨주는 일인지 체크하라. 당신의 정말 원하는 일이라면 돈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을 통해 느끼는 성취감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을 것이다. 냉정하고 솔직하게 자신을 되돌아보라. 그리고 인생의 방향을 지금 바로 재설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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