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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수 Oct 27. 2022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때는 베토벤을 생각해

 들리지 않기에 보이는 음악을 작곡할 수 있었어

에게 주는 음악 레시피 #4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7번 템페스트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 작곡가를 꼽으라고 하면 엄마는 주저 없이 고전과 낭만시대를 이어준 베토벤이라고 말하고 싶어. 엄마가 베토벤을 유난히 좋아하는 이유가 있어. 베토벤은 음악계의 발명가이자 혁신가 같은 작곡가인데. 음악적 구조를 바꾸고, 오케스트라를 확장하고 교향곡에 합창을 추가하고, 악기로만 이루어진 작품에 내러티브를 덧붙이며 전례가 없던 음악적 시도와 변화를 거듭했어. 


베토벤 이전 시대의 음악가는 귀족을 위해서 존재했었단다. 귀족에게 고용되어 있는 하인 같은 존재였지. 모차르트도 일자리를 얻기 위해 귀족의 문을 두드렸는데, 베토벤은 귀족들에게 머리를 꼿꼿이 세우고 음악가로서의 자부심을 굽히지 않았어. 귀족들이 베토벤을 찾아오게 만들었지. 작곡가의 위상을 높이고 독립적으로 작곡활동을 하며 음악에 개성을 입힌 최초의 음악가가 바로 베토벤이야. 


음악이란, 왕족과 귀족에 의해서 생산되는 것이 아니라 작곡가에게 영감이 떠오를 때 비로소 탄생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단 한번도 사람을 위해서 곡ㅇ르 써본 적이 없다. 저들의 꽃과 그 꽃을 움직이는 바람을 창조하셨던 신을 위해 곡을 쓴다.   -베토벤 비엔나 선언문 중- 


누가 이미 하는걸 따라하는건 쉽다. 남이 하지 않는 것을, 오랜 세월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사회의 흐름을 바꾸는 것은 커다란 용기가 필요한 일인데. 베토벤은 굽히지않고 시도했다. 그래서 엄마는 베토벤이 좋더라. 



오스트리아 비엔나 베토벤 광장의 베토벤 동상


듣지 못했기 때문에 더 깊은 음악을 작곡할 수 있었을까? 듣지 못하는데 어떻게 완벽한 선율을 그려냈을까? 마음으로 그렸기에 탄생할 수 있었던 대작일까? 


들을 수 없는 작곡가. 

상상도 안 되는데 말이지. 


베토벤은 26살 무렵부터 청력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을 인지했어. 32세가 되면서 수도 비엔나를 떠나 근교 조용한 마을, 하일리겐슈타트에서 머무르는 동안 동생들에게 유서를 썼는데, 그 유서 말미엔 이런 말이 있다. 


 베토벤은 죽었다. 그러나 베토벤은 살 것이다.


죽기 위해서 쓴 유서가 아니라,  결국 새롭게 태어남을 선언한 선언문이라고 해야겠지? 그 뒤로 새롭게 창작활동을 하기 시작했는데 이 유서를 작성한 이후에 베토벤은 가장 활발하게 창작 활동을 했고, 인류사에 영원히 남을 수많은 음악을 선물로 남겼단다. 


*운명, 전원, 합창 교향곡도 들어보고.

*템페스트, 발트슈타인, 열정, 고별 피아노 소나타도 꼭 들어보고 너만의 레퍼토리로 간직하길 바란다. 


클래식 음악은 이렇게 하나씩 듣다 보면 나머지 교향곡도. 피아노 소나타도 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길거야. 어렵다고 생각하지 말고, 하나씩, 너의 관심사를 넓히면서 들으면 돼. 좋으면 계속 듣고, 아니라면 그만 들으면 되고. 어디 음악만이 그렇겠니. 흥미로운 분야에 대해서 배우고. 자신이 배우고 있는지도 모르게 알아가는 거. 삶이주는 큰 기쁨이지. 


베토벤은 32개의 피아노 소나타를 작곡했는데. 유서를 쓰고 나서 처음으로 작곡한 작품 중 하나가 [피아노 소나타 17번 템페스트]야. 특히나 3악장은 반복되는 구절이 많은데. 베토벤의 절규처럼 느껴진다. 베토벤이 너무도 억울해서, 신에게 울부짖는 느낌이랄까? 


"주여, 주여, 주여, 어찌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


라고 말이야. 한창 울부짖고 나면 새 힘이 생기는 걸까? 곡을 다 듣고 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어. 너도 그러면 좋겠다.  


살다 보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때가 있어.  엄청나게 기다리던 소식이 오지 않을 때. 마음이 하나로 모여지지 않고 집중도 잘 안되지. 불과 6개월 전, 대학 합격 소식이 오지 않아서 거의 포기하고 있을 무렵. 엄마가 인스타그램에 이 곡을 연주하고 올렸는데. 너를 위한 연주였어. 수많은 음악 중에 엄마가 이 곡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 할 수 없는 일을 기다리느라 시간 낭비하지 말고, 마음 모아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을 베토벤의 음악으로 전하고 싶었어.


어떤 상황도, 청각 장애를 받아들여야 하는 베토벤의 상황보다는 너의 상황이 나을 거다. 그렇지? 집중이 되지 않아서 계속 마음이 중심을 잡지 못할 때, 베토벤의 음악을 들으렴. 


세상의 많은 일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된다. 

결국 너에게 가장 좋은 방법으로. 


미리 두려워하고, 

미리 부정적인 생각 하면서, 

오늘을 흘려보내지 않길 바랐던 마음으로 너와 나누고 싶었던 곡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들으려고 노력하며 살아가길. 


위로가 필요할 때. 

용기가 필요할 때. 

베토벤의 음악을 들으며 너만의 힐링 시간을 가져보길.


하나의 곡 안에 들어있는 인간의 절망과 극복. 환희가 너의 삶에도 언제나 함께 하길 바라며. 

베토벤의 음악을 너에게 보낸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7번 템페스트

3악장 





엄마가 딸에게 음악으로 전하는 인생 지혜


베토벤의 f 포르테와 모차르트의 포르테는 다르다

음악에서 강약을 표기할 때 강하게는 <포르테 f> 약하게는 <피아노 p>라고 하는데. 베토벤의 음악과 모차르트의 음악은 같은 표기를 보고도 다르게 표현해야 한단다. 


모차르트가 사용했던 피아노는 밝은 톤과 연주자의 터치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건반이었어. 베토벤은 더욱 강력한 터치감과 음향 표현이 가능한 현대 피아노의 선구 격이라고 할 수 있는 스퀘어 피아노를 사용했거든. 


결국 악보상에는 같은 f라고 표현이 되어 있어도, 우리가 연주할 때는 다르게 표현해야 하는 거지. 


살아가면서 눈에 보이는 대로만 해석하지 않길 바란다. 상황에 따른 해석을 할 줄 아는 융통성이 필요해. 그걸 우린 '지혜'라고 말하지. 


너와 내가 생각이 다를 때, 누군가가 맞고, 누군가가 틀렸다고 판단하지 말고. 너와 나의 기준이, 바라보는 관점이, 자라온 환경이 다르구나. 이렇게 먼저 생각해봐. 그러면 화가 날 일도, 주변 사람들과 트러블이 생길 일도 줄어들 거야. 


기억하렴. 

모차르트의 포르테와 베토벤의 포르테는 다르다. 


모든 인간은 다르다. 

틀린게 아니라, 다르다. 


너는 "특별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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