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연수 Oct 14. 2022

시간이 흐르면 어려웠던 일이 익숙해진다

어른다운 어른으로 살고 싶을 때는 슈만을

딸에게 주는 음악 레시피 #2

슈만 어린이 정경 Op.15



어린 왕자에 이런 말이 나와. 

어른들은 누구나 처음엔 어린이였다.
하지만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별로 없다.


꼭 맞는 말 같다. 


엄마도 어린이였을 때는 부족했고, 느렸고, 서툴렀으면서. 그때를 기억하지 못하고, 엄마가 되니까 조바심이 나더라. 네가 잘하는 건 더 잘하길 바라게 되고, 못 하는 건 이해가 안 되더라고. 엄마가 아이 같은 어른이었어. 아이는 아직 미숙할 뿐이고, 느릴 뿐이고, 배우는 중인데 말이지. 시간이 흐르면 당연히 점점 더 잘하게 되는데. 왜 기다려주지 못했을까. 왜 100점만 훌륭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을까. 너를 키우면서 엄마도 아주 조금씩. 진짜 어른이 되고 있어. 




18세. 어린이에서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나의 첫째 보물. 대학 생활 시작한 지 3주가 지났구나. 어떠니? 대학생이 되면 엄청 좋은 일이 있거나, 특별히 다를 줄 알았는데 어제와 비슷한 오늘을 살아가게 되지? 너는 여전히 공부하느라 바쁘고. 그런 시간들이 한 달, 두 달, 일 년, 이 년이 되어서 나이가 많아질뿐이지, 나이가 많다고 훌륭한 어른이 되는 건 아니란다.


어린이와 어른의 차이는 뭘까? 관점에 따라서 다르게 정의 내릴 수 있겠지만, 엄마는 어른을 '본인의 선택에 책임지는 사람'이라고 정의 내려보고 싶어. 내가 선택한 배우자에 대해서 책임지고, 내가 낳은 아이에 대해서 책임지고, 내가 했던 말에 대해서 책임지고, 내가 한 약속에 대해서 책임지는 사람.


어른이 된다는 건 책임질 일이 많아진다고도 볼 수 있을 거야. 그런데 책임에 대한 의무만 생각하면서 살다 보면 어른의 삶이 너무 팍팍하지 않을까? 엄마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해. "어른이지만 어린이처럼 살 수는 없을까?" "어린이처럼 살면 안 되나?" 무책임하게 산다는 말이 아니라, 어린이와 같은 호기심, 순수함, 집중력, 에너지, 열정.. 이런 마음도 고스란히 간직한 어른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


피카소의 말이 생각난다.

모든 아이는 예술가로 태어난다.
그러나 자라면서 그 예술성을 지키는 것이 문제다. 
내가 어른이 된 후에도 예술가로 남을 수 있는 것은 
아이처럼 그리는 데 평생을 걸었기 때문이다. 


그래. 피카소처럼, 어린이 정경을 작곡한 슈만처럼 살아보는 거야. 1838년, 28세 청년이었던 슈만은 클라라와 한창 사랑에 빠졌을 당시 '어린이 정경'을 작곡했어, 어린이를 위한 곡이 아니라,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어린이가 된 기분으로 30곡을 작곡했는데, 그중 13곡을 모아서 '어린이 정경'을 발표했어. 클라라에게 쓴 편지를 보면 "언젠가 당신이 내게 써 보낸 편지에 가끔 내가 어린아이 같이 생각된다는 그 말의 여운 속에서 작곡한 곡입니다. 이곡들은 대단히 마음에 듭니다. 연주하고 있으면 나 자신도 어린이 시절로 돌아간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단다.




앞으로 평생 학습자로, Life long leaner로 살아가고 싶다고 했지? 어쩌면 수명이 길어진 지금의 세상에서는 평생 아이 같은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평생학습자의 마음으로 배우며 성장하며 살아가고 싶다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겠다. 


어른다운 어른이란

어린이 같은 마음으로 

성장을 즐기며 살아가는 사람이 아닐까?


우린 '어린이'란 단어를 너무 쉽게 사용하는 것 같아.

경제를 잘 모르는 사람은 '경린이'

부동산을 잘 모르는 사람은 '부린이'

어린이는 부족한 사람이 아니라, 아직 어려서 미숙할 뿐인데 말이지. 


시간이 흐르면 어려웠던 일이 익숙해지기도 해

어린이라는 세계에 나온 한 문장처럼, 어려웠던 일이 익숙해지도록 두려워말고 계속 시도하고 노력하다 보면, 어린이 같은 마음을 가진 진짜 어른으로 재미나게 살아갈 수 있을 거야. 엄마도 엄마 인생, 너희만 바라보지 않고 어른다운 어른으로 살아가고 있을게.


어린이의 순수한 마음을 유지하는 것.

어른다운 어른이 되는 첫걸음이야.


어른다운 어른이 되고자 소중한 발걸음을 정성스럽게 옮기고 있는 너에게

슈만의 음악을 보낸다.


슈만 어린이 정경 Kinderszenen Op. 15






엄마가 딸에게 음악으로 전하는 인생 지혜


클래식 음악은 곡의 형식에 따라서 "소나타" "협주곡" "교향곡" 이란 이름을 쓰고, 뒤에 번호만 붙이다 보니 이해하기도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지잖아. 그런데 어떤 곡은 곡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제목이 함께 쓰여있어. 그런 곡을 표제음악(Program Music)이라고 해. 낭만주의에 많이 작곡된 음악 스타일 중 하나인데. 슈만이 직접 13개의 소제목까지 붙여준  <어린이 정경>도 표제음악이라고 볼 수 있지. 노래 가사가 있는 곡이 아닌 피아노 연주곡이지만, 스토리가 있는 그림책이 눈앞에 펼쳐지듯 상상하게 해줄거야.


우선 13개의 제목을 쭉 읽어봐. 


I. 미지의 나라들 Of Foreign Lands and People 

II. 신기한 이야기 A Curious Story

III. 숨바꼭질 Blind Man's Bluff

IV. 어린이의 희망 Pleading Child

V. 충분히 행복한 Happy Enough

VI. 중대한 사건 An Important Event

VII. 꿈 Daydream

VIII. 난롯가에서 At the Fireside

IX. 목마의 기사  Knight of the Hobbyhorse

X. 대단히 심각하게 Almost Too Serious

XI. 무서움 Frightening

XII. 잠든 아이 Child Falling Asleep

XIII. 시인의 이야기 The Poet Speaks


"슈만은 왜 이 곡 제목을 "숨바꼭질"이라고 했을까?"

"나에게 '숨바꼭질'이란?"


동심으로 돌아가서 기억 날듯 말듯한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고 마음껏 상상하렴. 음악 속에서 너의 어린 시절 추억을 만나보길 바란다. 




어린이 같은 호기심을 유지한다면,
새롭게 배우며 도전하는 일들이
매일매일 더 재밌어질 거다. 
어른다운 어른,
행복한 어른으로 살아가는 비결이야

이전 02화 덕후가 성공하는 시대라는걸 아직도 모르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