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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수 Oct 17. 2022

덕후가 성공하는 시대라는걸 아직도 모르니?

세상은 넓고 너는 한계가 없단다!

에게 주는 음악 레시피 #3

안토닌 드보르작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너에게 런던은 어떤 신세계니?"

2022년, 9월 18일. 낭랑 18세. 처음으로 혼자 런던에 도착한 너에게 엄마가 드보르작 신세계 교향곡과 함께 물어보고 싶었던 질문이야. 




체코의 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던 드보르작은 1892년 51세의 나이에 미국 뉴욕 국립 음악원 원장으로 부임했어. 처음으로 방문한 미국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고 해. 유럽에서 볼 수 없었던 광활한 자연과 한창 개발되고 있었던 신도시, 흑인 영가와 미국 원주민들의 민요는 드보르작에게 충분히 신선했고 새로웠을 거라 짐작해본다. 직접 가서 보지 않았다면 절대 알 수 없었던 것들을 경험함으로, 드보르작의 음악은 한층 성숙하고 독특하게 다듬어졌어. 


물론 지금은 인터넷으로 안방에서도 전 세계 골목을 다 들여다볼 수 있으니 비교할 수 없을 것 같긴 한데. 드보르작의 신세계로부터를 들으며 앞으로 펼쳐질 네 인생의 신세계를 상상하길 바란다. 


누군가의 말처럼, 상상할 수 있으면 이미 현실이다. 






디깅 모멘텀 

드보르작을 통해서 엄마가 너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어떤 것이든 좋다.
사소한 것이라도 좋고,
남보기 우스워 보이는 것이라도
괜찮아.
 
대신, 뼛속까지 내려가서
네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찾으렴.



[트렌드 코리아 2023]을 보면 Digging  momentum이라고. 파고, 파고, 또 파고, 끝까지 파고들어 행복한 '과몰입'을 즐기는 사람들, 디깅러의 세상이 오고 있다고 해. 덕후, 팬슈머 보다도 진일보한 사람들로, 개인의 열정과 돈,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이들은 일컫는 말인데. 드보르작이 지금 시대에 태어났다면 분명 디깅 모멘터였을거야. 기차를 어마어마하게 좋아했거든. 기차, 공룡, 자동차 같은 건 남자 아이들이나 좋아 할 것 같은데, 어른이 되어서도 푹 빠져있었다니, 좀 웃기지?



1850년, 8살의 나이에 드보르작이 살던 마을에도 기찻길이 생겼는데. 그 뒤로 드보르작은 매일 매일 증기 기관차를 보고, 그리고, 관찰했다고 해. 기차를 보기 위해서 기차가 도착하기 한참 전부터 철도 옆에서 기차를 기다리고. 훗날 작곡가로서 명성을 쌓은 뒤에도 틈만 나면 기차역에 들렀고, 심지어 어느 날은 평소와 다른 기적소리를 내는 기차 소리를 듣고 철도청에 연락을 취한 덕분에 기차의 결함을 발견하고 사고를 예방 할 수 있었다고 해. 귀가 좋은 뮤지션의 기차 사랑. 짐작이 가니?


드보르작은 어린시절부터 기차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8살에 처음 봤던 기차, 그리고 타향에서 자신이 항상 가고 싶었던 미지의 세계를 모두 담아서 신세계 교향곡을 작곡했어. 아련하고 행복했던 과거와 본인이 원하는 미래의 시간들. 매일 기차를 보면서 꿈꾸었던 시간들을 마침내 세기를 거쳐 살아남은 클래식 명곡으로 탄생시킨거지. 좋아했던 기차가 창작 세계의 중심이 되었다고 해도 틀린말은 아닐거야.

 

신세계로부터 4악장은 영화 음악 작곡가 존 윌리엄스의 영화 죠스 OST로도 사용되어서 죠스 음악으로 더 익숙하지만. 사실은 무거운 증기 기차가 점차 힘을 얻어 질주하기 시작하는 모습이야. 그리고 엄마는 2악장 잉글리시 호른 선율을 특히 좋아하는데. 드보르작의 제자인 윌리엄 피셔가 가사를 붙여서 [GOING HOME 꿈속의 고향]이란 노래로도 만들었어. 관심가지고 들어보렴.


너의 신세계를 응원하며,

드보르작의 음악을 보낸다. 


신세계로부터 (지휘 : 바츨라프 노이만)

2악장

4악장


엄마가 딸에게 음악으로 전하는 인생 지혜



서양은 헵타토닉(heptatonic) 7음계를 사용했고, 동양,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은 5음계로 이뤄진 펜타토닉(pentatonic)을 사용했어.  C key를 예로들면 CDEGA(도레미솔라)가 펜타토닉이야.  CDEFGAB(도레미파솔라시)는 헵타토닉이고. 우리나라의 궁상각치우도 펜타토닉이지. 음계는 세계 각 지방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했는데도 같은 음계를 가지고 있으니 놀랍지? 그만큼 자연스럽고 조화가 잘되고 듣기 좋은 음계란 뜻일 거야.


드보르작이 미국에 가지 않고 유럽에만 살았다면, 5 음계의 음악을 접해보지 못했으려나? 드보르작은 미국에서 처음 만난 인디언들의 펜타토닉 스케일, 흑인 영가에 사용되는 당김음 (syncopation)을 자신의 음악에 적극적으로 적용했어. 그대로 배워서 따라한 게 아니라 열심히 공부해서 자신의 몸에 배어 있는 체코, 슬라브 음악에 적용을 한 거지. 가장 자기 다운 모습에 새로움을 받아들여서 자신만의 독특한 색체를 완성시켰다고 말할 수 있을 거야. 내 것이 온전이 서있지 않은 상태에서 남의 것을 흡수한 것과는 차원이 다른 거지.  


봉준호 감독의 우상, 마틴 스코세이지를 인용했던 수상 소감이 생각난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다


가지지 못한 것을 부러워하지 말고, 
가장 나 다운 모습에 집중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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