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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수 Oct 30. 2022

쇼팽처럼 충실한 삶을 사는 너는 이미 애국자다

에게 주는 음악 레시피 #6 

쇼팽 에튜드 Op. 10 No.12 혁명


폴란드 바르샤바에 있는 공항 이름이 뭔지 아니?

바르샤바 프레데리크 "쇼팽" 공항이야. [ Warsaw Frederic Chopin Airport ]


쇼팽이 폴란드인들에게 얼마나 큰 자부심이면 국제공항 이름을 쇼팽 공항이라고 이름 붙였을까. 쇼팽의 업적만이 훌륭한 게 아니라 그의 마음 깊은 곳에 있었던 나라 사랑을 알고 있기에 2001년 정부는 나라 관문을 쇼팽 공항로 명명했단다.


많은 음악가들이 유년기 시절에 부모로부터 엄청난 압박감을 받았다거나 스트레스를 받는데 쇼팽은 전혀 그렇지 않았어. 부모가 귀족은 아니었지만, 모두 음악을 가까이 한 사람들이었고. 특히 쇼팽의 어머니가 피아노 연주가 가능해서 쇼팽이 자연스럽게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자녀에게 부모. 특히 엄마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다시 생각해보게 되네.


네가 비록 음악을 전공하고 있지는 않지만, 엄마도 네가 가고자 하는 길을 부지런히 응원해줬다고는 생각하는데. 네 입장에서는 어떤지 모르겠다.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서. 늘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네가 당차게 네 갈길을 가줘서 무척이나 고맙구나.


쇼팽의 모국 폴란드와 한국은 매우 흡사한 역사적 아픔을 가지고 있단다. 여러 나라의 지배권에 있어 정식으로 독립하기까지 많은 고초가 있었고. 쇼팽은 마주르카, 폴로네이즈처럼 폴란드 인의 정서가 가득 담긴 피아노 곡을 수 없이 남겼는데, 폴란드의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고 쇼팽의 음악을 들어보면 곳곳에 폴란드인의 리듬과 정서, 민족음악의 요소를 느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쇼팽이 얼마나 조국을 사랑하고, 떠나온 조국을 그리워하며 외로운 타지 생활을 했는지도 알게될거다. 쇼팽의 삶과 음악은 18세에 홀로 유학을 떠난 너에게도 큰 공감과 용기가 되어줄 거란 생각이 드는구나.


쇼팽이 20살 되던 해, 유럽 여러 나라로 연주 여행을 하며 활동을 시작하던 중, 바르샤바에 혁명이 일어났어. 조국에 대한 애국심이 컸던 쇼팽은 귀국해서 폴란드를 위해 싸우겠다는 편지를 아버지께 보냈지만, 아버지는 이런 편지를 보낸다. 


조국을 위해 음악을 열심히 하는 길이 애국이다



아버지의 편지 덕분에 20세 이후 모국을 떠났던 청년 쇼팽은 음악에 더욱 몰입하고 조국에 힘이 되는 음악가가 되려는 노력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모든 사람이 애국하는 방법은 다르다.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으로, 자신이 가진 문제 해결 도구로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진정한 애국이 아닐까? 결국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모든 사람이 애국자인 셈이지.


너는 오늘도, 한국인으로서. 어떻게 애국하고 있니?


충실한 하루를 살고 있으니 너는 이미 애국자이고, 엄마에게 과분한 딸이라고 말해주고 싶구나.



엄마는 1키로도 헐떡이면서 뛰는데 20키로를 뛰다니. 너의 소식은 엄마에게 늘 기쁨이다. 건강한 몸과 정신으로 네가 할 수 있는 일에 정진하길. 






바르샤바가 러시아 황제의 군대에 함락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쇼팽은 격정적인 연습곡 ‘혁명’ Etude in C Minor, Op. 10 No. 12 ‘Revolutionary’를 작곡했는데, 이 곡은 쇼팽의 초기 걸작으로 꼽힌단다. 왼손의 거침없는 움직임과 극적인 그라데이션의 표현은 애끓는 조국 사랑과 절망 속에 타오르는 젊은이의 극대노하는 반항심을 고스란히 표현하고 있어. ‘혁명’의 느낌을 섬세한 악상 표현과 드라마틱한 기교를 통해 청년 쇼팽이 작곡했을 당시에 느꼈을 분노를 완벽하게 표현하는 조성진의 연주로 들어보길 바란다.


네 안에도 펄펄 끓는 청년의 뜨거움이 있지.  

선한 영향력을 넓은 세상에 펼치겠다는 꿈을 품으며 살아갈 너에게,

쇼팽의 아름다운 선율을 보낸다.


쇼팽 에튜드 Op.10 No.12 혁명



바르샤바 무기고를 습격하는 봉기군(1831), 마르친 잘레스키(Marcin Zaleski) 그림. ⓒPublic Domain [출처 Wikimedia Commons]





엄마가 딸에게 음악으로 전하는 인생 지혜


템포 루바토

쇼팽의 음악이 더욱 드라마틱하고 아름답게 연주되는 비결이 있는데 아마도, 박자를 넘나드는 기술, '템포 루바토' 덕분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탈리아어인 루바토(rubato)는 영어 'rob(훔치다)'와 같은 뜻을 지닌 단어인데, '박자를 훔치다'란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거야. 이 기호가 적혀 있으면 해당 구간에서 연주자는 기존의 템포에 얽매이지 않고 연주자의 감정과 해석에 따라 자유롭게 박자를 늘였다 줄여서 연주할 수 있어. 


자유롭게 연주하라고 했다고 정말 자유롭게 연주하면 될까?

절대로 그렇지는 않지. 


피아니스트 오세프 호프만은 루바토의 원칙을 '균형(balance)'라고 했는데. 루바토는 전체 곡 안에서의 균형도 중요하고, 왼손과 오른손 사이의 균형도 매우 중요하단다. 피아노로 루바토를 연주한다면, 한 손이 나무의 뿌리처럼 중심을 잡아주고 다른 한 손은 그 안에서 밀고 당기는 리듬의 변형을 연주해야 균형 잡힌 루바토가 표현될 수 있어.  


루바토는 

너무 자주 나와도 안되고, 

너무 지나쳐도 안되고,

너무 처지는 느낌이 나도 안되고,

너무 급한 느낌이 들어도 안된단다.


루바토.
마치 우리 삶의
인간관계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니? 
너의 삶에 균형 잡힌 루바토를 잘 적용하며
관계 맺는 사람들의 마음을 훔쳐보지 않으련?

밀고 당기는 밀. 당.
참 매력적인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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