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다고 걱정하지 말고, 다르지 않음을 걱정하렴
딸에게 주는 음악 레시피 #7
쇼팽 폴로네이즈
엄마가 지난번에 베토벤 소개하면서 제일 좋아하는 작곡가가 베토벤이라고 했으면서. 오늘 쇼팽 (Frédéric François Chopin, 1810년~1849년) 이야기하면서 "제일 사랑하는 작곡가"라는 수식어를 쓰고 싶네. 베토벤을 이야기할 때는 그의 무거운 운명 자체를 존경하게 되는 것 같고. 쇼팽을 이야기할 때는, 그냥 사랑에 빠지는 것 같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가 열리는 5년마다 전 세계는 쇼팽 음악으로 뜨겁게 달궈지지. 여건이 허락한다면 영국에 머무는 동안 바르샤바도 방문할 기회가 있길 바란다. 쇼팽은 역사상 피아노곡 작곡가 중에 가장 위대한 사람 중 한 명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야. 폴란드 최고의 자랑이자 위인이기도 하지.
피아노의 시인, 가장 잘하는 것으로 승부를 걸었던 음악가
베토벤을 떠올리면 교향곡, 하이든은 실내악곡, 슈베르트는 가곡이 떠오르는 것처럼, 쇼팽을 떠올리면 ‘피아노 음악’ 피아노곡만을 작곡한 건반 위의 시인이란 단어가 마음에 차오른다.
쇼팽의 위대한 업적은 너무도 많지만, 그중에 네가 꼭 닮길 바라는 것 하나가 있는데. 쇼팽은 자신이 정말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다는 것이야. 그 당시 교향곡이나 오페라를 작곡하면 작곡가로서 인정도 받을 수 있고 경제적으로 도움을 얻을 수 있었음에도 쇼팽은 교향곡이나 오페라는 전혀 작곡하지 않았어. 200여 곡 중에 170곡 이상이 피아노곡이니, 피아노를 위한 곡만을 썼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거야. 그리 길지 않은 생애에 걸쳐 피아노라는 악기에 자신의 천재성과 삶 전체를 바쳤던 쇼팽이야. 멋지지?
덕분에 우린 콩쿠르의 전 스테이지를 모두 쇼팽의 피아노 곡으로만 경연하는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를 경험하는 행운을 누리고 있기도 하단다.
스무 살 청년 쇼팽은 음악으로, 나라를 지켰다. 폴로네이즈, 녹턴, 마주르카, 발라드, 스케르초, 연습곡, 왈츠, 전주곡, 즉흥곡 등의 수많은 피아노 곡의 장르를 재탄생시키며 낭만파 시대 피아노 전성기를 열었어. 피아노가 가진 무궁무진한 음악적 표현력을 발전시키고 서정적 표현을 누구보다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 섬세한 작곡가였지만 고국 폴란드를 생각할 때는 열렬한 애국정신으로 건반을 물들이는 정열의 피아노 시인이었지.
폴로네이즈는 폴란드 궁정에서 즐겨 추었던 폴란드 민족 정서가 담긴 춤곡인데. 쇼팽이 폴로네이즈를 예술적으로 아름답게 승화시켰단다. 첫 박에 8분 음표 하나와 16분 음표 두 개의 리듬 패턴을 특징으로 가지고 있어. 피아니스트 루빈슈타인은 쇼팽의 폴로네이즈를 이렇게 평했었단다.
잊혀가는 폴란드의 황금시대를 회상하게 만듦과 동시에 폴란드의 위대함과 몰락의 운명은 이 곡 '군대 폴로네이즈'가 있기 때문에 잊히지 않을 것이다.
쇼팽이 스무 살에 이미 부모와 떨어져서 지냈고, 죽을 때까지 스스로를 돌봐야 했지만 쇼팽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음악에 몰두했다. 그것 만이 애국하는 길이라고 생각했고 결국 위대한 업적을 남겼지. 지금 네 또래 청년들이 마냥 어리다고만 생각했는데 쇼팽을 보니, 20세 청년은 세상을 흔드는 힘을 가진 젊은이들이란 생각이 든다. 더욱이 지금은 예전과 다르게 더더욱 빠르게 변하는 현대사회이기에, 젊은 이들의 감각과 취향을 더욱 존중해야 하고. 엄마가 과거에 옳다고 믿었던 프레임의 잣대로, 무한한 능력을 가진 너를 보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네가 가진 개성과 강점을 존중하며 자기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믿어주고 기대하고, 기다려주겠다는 생각, 요즘 부쩍 더 많이 하고 있단다.
너는 뭘 할 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행복하니?
너는 뭘 할 때 보람을 느끼니?
자주 너에게 물어보길 바란다.
주체적인 네 인생을 살아갈 너에게 쇼팽의 폴로네이즈를 보낸다. 폴로네이즈의 리듬에 맞춰 어깨 쭉 피고, 자신감 있는 하루를 시작하렴.
쇼팽 폴로네이즈 Op.40 No.1 '군대' (Maurizio Pollini)
쇼팽 Andate Spianato and Grande Polonaise Brillante Op.22 (Kate Liu)
특히 이 음악은 영화 <피아니스트>의 마지막 장면에서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이 연주하는 곡이기도 한데. 전쟁이 끝났고, 모든 것이 다시 안정을 찾아가는 한줄기 희망의 빛처럼 연주를 한단다. 기회가 되면 영화도 다시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