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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수 Oct 30. 2022

인생을 플렉스하고 싶다면 베토벤처럼

어떠한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에게 주는 음악 레시피 #5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네가 언젠가 엄마에게 말했었어. 

"엄마 인생 최고의 플렉스가 뭔지 아세요?"


"기부래요!" 인생 최고의 플렉스는 기부라고. 많이 벌어서 많이 기부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할 때, 엄마는  무척 흐믓했다. 벌써 이런 생각을 할 줄 아는구나 싶었어.  


베토벤도 자선 음악회를 열고, 자신의 음악이 힘든 사람들을 위해 쓰였으면 좋겠다고 자주 말했다고 해. 그러한 숭고한 정신을 가진 사람이었기에, 결국은 '인류애', 사랑을 담은 음악을 그의 생에 끝에 마지막으로 내어놓았던건 아닐까 생각해. 


베토벤의 생애를 통해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너무도 많지만. 네가 꼭 배웠으면 하는 것이 있는데. 기존의 것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실험과 연구를 거듭했던 베토벤의 실험정신을 꼭 배웠으면 해. 덕분에 베토벤은 고전주의를 완성하고 이후 낭만주의를 탄생시키면서 교향곡, 협주곡, 소나타 등의 음악 장르를 19세기 새로운 세대를 위한 음악적 변화를 이뤄낼 수 있었어.부지런히 배우고, 배운 것 위에 꼭 너만의 것을 더해서 특별함을 창조해내길 바란다. 베토벤처럼. 


베토벤 교향곡 9번은 세계 최초로 교향곡에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악기, 사람의 목소리가 포함시켰어. 문학과 철학에 깊게 빠져있어었던 청년 베토벤은 22살에 이미 철학자이자 시인인 프리드리히 폰 실러의 시 '환희의 송가'에 곡을 붙인 교향곡을 구상했는데, 35년 뒤. 마침내, 그의 마지막 교향곡으로 이 곡을 완성했다. 기록에 의하면 오랜 세월 베토벤은 곡을 고치고 매만지기를 반복하다가 그의 나이 53세에 마침내 완성했다고 해. 무려 30여년에 걸친 긴 작업 끝에 탄생한 베토벤의 마지막 교향곡 9번이야. 세월만 흐른 것이 아니라, 베토벤이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의 능력을 초월한 순간이 느껴지는 위대한 곡이야. 1악장부터 꼭 시간내서 다 들어보고, 지금 이 글 읽으면서 궁금하다면 4악장 <환희의 송가>부터 들어도 좋다. 


무려 35년을 갈고 닦았어. 

엄마는 베토벤의 교향곡을 들을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해. 


'하루 아침에 이루려고 하지 말자. 내가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마음에 품고 오랫동안 꾸준히 갈고 닦자. 베토벤처럼'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4악장
<환희의 송가>
<An die Freude, Ode to Joy>



철학가들이 글로서 고민했던 질문들 - 왜 살아야하고. 어떻게 살아야하고. 어떻게 화합해야하는지. 이러한 고민들을 베토벤은 마침내 음악으로 풀었는데. 평생토록 고전과 문학을 깊이 사랑했던 베토벤이 삶의 본질에 대해서 깊게 고민했기에 마침내 얻었던 해답이라고 생각한다. 나이를 먹는다고 위대해지지 않는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질문하고, 사색해야해. 


공부하자. 배움은 재미있는 것이니까.

너랑 나랑 겨우 30살밖에 차이 안나는 사이야. 요즘 널 보면서 엄마가 엄청나게 자극받고, 신선한 영향 받는거 아니? 너와 나는 엄마와 딸이기도 하지만 평생 성장을 응원하고 응원 받을 수 있는 특별한 관계라는 생각이 든다. 베토벤이 말한 그 운명, 필연의 관계.


곡을 완성한 베토벤이 그의 친구이자 비서였던 칼 홀츠에게 당시 벅찬 기쁨을 이렇게 표현했다고 해.

뜻하지않게 일어난 일에도 필연적 원인과 결과를 통하여 기쁨을 누린다. 그러므로 가장 뛰어난 사람은 고뇌를 통해 환희를 차지하지. 이것은 신이 주신 축복의 관계로, 우연에서 필연의 고통을 벗은 최고의 기쁨이다. 그러니 어떠한 것도, 다 이유가 있다.


4악장. 앞선 3개 악장의 주제가 4악장에 차례대로 등장하는데, 그 선율들이 이어지지 않고 저음 현악기들의 소리에 가로막히듯 사라지거든. 그러자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환희의 순간이 등장한다. 이전 것은 모두 지났고, 새롭게 태어나는 순간이 그려진다고나할까? 기쁨에 찬 환희로 대 서사시를 맞이하는데 이런 형식과 구조는 천재적이고 혁식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어. 멜로디가 진행되다 끊기기를 여러번 반복하다가 마침내 익숙한 환희의 송가 멜로디가 나오고, 사람의 목소리가 나올 때. 고뇌를 통한 환희를 영원히 노래하고자 한 베토벤의 천재성을 느껴보길 바란다. 


베토벤 합창 교향곡은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인류 최고의 예술 작픔으로  인정받으며 2003년 인류 음악 유산으로 유네스코에 공식 지정됐는데. 너가 한 없이 작은 존재이면서도 한 없이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새삼 깨닫고 싶을 때는 베토벤의 교향곡을 들어보렴.


들리지 않는 작곡가가 그려나간 음악 역사 최고의 순간을

너에게 보낸다.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4악장 (베를린 필 하모니, 카라얀 지휘)


베토벤의 9번 교향곡 4악장 악보 : 출처 : 위키피디아


엄마가 딸에게 음악으로 전하는 인생 지혜


레치타티보

오페라에서 대사를 말하듯이 노래하는 것을 레치타티보라고 해. 베토벤 합창 교향곡 9번 4악장은 첼로와 콘트라 베이스가 마치 성악가가 아리아 부르기 전에 읊조리듯 수시로 등장하는데. 말을 예쁘게 하고 싶을 때 있지? 상대의 말을 배려하고, 공감하고, 존중하는 말이 하고 싶을 때는. 레치타티보를 떠올려봐. 


노래하듯이 말하면. 

리듬이 느껴지고,

표정이 생기고,

음 사이의 공간을 존중하게 되고,

말 하고 났을 때, 상대의 마음까지 고려하게 된단다. 


노래하듯 말하고 
노래하듯 살아가자. 
우리 삶이 조금은 더 흥겹고 생동감 넘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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