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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상한호랑이 May 24. 2024

「그해 봄」 -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을 읽었다옹

그해 봄은 더디게 왔다

나는 지쳐 쓰러져 있었고

병든 몸을 끌고 내다보는 창 밖으로

개나리꽃이 느릿느릿 피었다

생각해보면

꽃 피는 걸 바라보며 십 년 이십 년

그렇게 흐른 세월만 같다

봄비가 내리다 그치고 춘분이 지나고

들불에 그을린 논둑 위로

건조한 바람이 며칠씩 머물다 가고

삼월이 가고 사월이 와도

봄은 쉬이 오지 않았다

돌아갈 길은 점점 아득하고

꽃 피는 걸 기다리며 나는 지쳐 있었다

나이 사십의 그해 봄




2024.5.24. 고된 기다림이 가져다준 세찬 빗줄기는 스스로 꽃을 피우는 양분이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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