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옹
오늘은 채권에 대해서 힘차게 알아보자. 먼저 채권의 정의란 무엇이고, 역사적인 배경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도 정확히 알면 좋겠지만 우리는 경제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투자를 위한 '실전 압축 투자 근육'을 키우는 데에 집중해보려고 한다. 앞서 말한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면 링크를 클릭해 보자.
채권이란, 쉽게 말해 돈을 빌려준 대가로 받는 증서를 말한다. 얼마를 빌렸는지는 금액란에 표시하는데, 이렇게 표시된 금액을 채권의 '액면 금액'이라고 한다. 100원이라고 쓰여 있는 동전이 100원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처럼, 10,000원이라고 쓰여있는 채권은 만기에 10,000원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채권을 거래할 때는 액면 금액보다 높거나 적은 액수로 거래되기도 하는데, 이 부분은 뒤에서 다시 알아보자. 돈을 빌리고 채권을 발행하는 주체는 채무자가 되고, 반대로 돈을 채무자에게 빌려준 뒤 채권을 받는 주체는 채권자가 된다. 채무자가 누구냐에 따라서 채권의 종류가 달라지는데, 국가가 빌린 것이라면 '국채', 지방자치단체가 빌린 것이라면 '지방채', 회사가 빌린 것이라면 '회사채' 등으로 부른다. 하나같이 채로 끝나는 채권들의 이름을 보다 보면 골키퍼부터 공격수까지 모든 선수들의 이름이 '치'로 끝나는 유럽 국가들이 떠오른다. 수박화채는 수박이 발행한 채권이 아니니 구입 시 주의하길 바란다.
돈을 빌려주고 채권을 발급받은 채권자는 자선사업가가 아니기 때문에 돈을 빌려준 것에 대한 대가를 받는다. 우리는 그 대가를 보통 '이자'라고 부르는데, 채권은 1년 동안 얼마의 이자를 지급할지를 백분율(%)로 표시한다. 우리는 앞으로 이것을 '표면이자율'이라고 부를 것이다. 그런데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은 모든 채권이 동일하지 않다. 이 방식에 따라서 채권의 종류가 나뉜다. 앞서 채권은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받은 증서라고 했다. 그렇다면 돈을 빌려주는 날짜가 있을 것이고, 돈을 갚기로 약속한 날짜가 있을 것이다. 채권에서는 빌려준 날짜를 '발행일'이라고 부르고, 갚기로 한 날짜를 '만기일(상환일)'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발행일에 10,000원을 빌렸으면, 만기일에 10,000원에 이자를 더한 금액이 함께 지급하면 되는 걸까? 그런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다.
먼저 '그런 경우'부터 살펴보자. 돈을 빌린 대가인 이자를 만기일에 지급하는 경우다. 먼저, 표면이자율이 10%고 액면 금액이 10,000원인 2년 만기의 채권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액면 금액 10,000원에 대해 표면이자율 10%를 적용해 1,000원의 이자를 2년 치 계산하여 원금과 이자의 합인 12,000원을 만기에 지급했다면, 이 채권은 '단리채'라고 할 수 있다. '단리'는 원금에만 이자를 계산하여 지급하는 것을 말하는데, 가장 단순하면서도 적은 이자를 지급한다고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복리채'는 원금과 이자 모두에 표면이자율을 적용해서 만기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1년이 지난 시점에 원금 10,000원에 10%의 이자를 붙여 11,000원이 되는 것은 단리채와 동일하지만, 2년 차에는 원금에 이자를 더한 11,000원에 다시 10%의 이자를 붙이는 것이다. 따라서 2년 차의 이자는 1,100원이기 때문에 채권자는 만기에 총 12,100원을 지급받게 된다. 이번 예시에서는 만기에 받는 금액이 100원 밖에 차이 나지 않았지만, 만기가 길수록, 그리고 보유한 채권이 많을수록 단리채와 복리채에서 받는 만기금의 차이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게 된다. 그러니 같은 조건이라면 단기채보다는 복리채를 선택하자.
이처럼 단리채와 복리채가 만기까지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에게 이자를 붙여서 지급하는 방식이라면, 이자를 먼저 지급하는 방식의 채권도 있다. 만기 시에 10,000원을 지급하는 채권이 있는데, 이 채권을 10,000원이 아니라 9,000원에 구매할 수 있다면 어떨까? 이것은 마치 마트에서 물건을 살 때 할인을 받는 것과 같다. 그래서 이 채권의 이름이 '할인채'다. 할인채를 구입하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만기 시에 10,000원을 지급받을 수 있는 채권을 9,000원에 매입함으로써 1,000원의 여유 자금을 다른 곳에 투자하거나 소비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만기에 받는 금액에 비해 얼마나 더 싸게 채권을 살 수 있는지를 '할인율'이라고 표현한다.
다음으로 '아닌 경우'를 살펴보자. 앞서 예시로 든 단리채와 복리채는 사실 이자를 받는 방식에서 은행 예금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만약 만기에 받을 이자를 정기적으로 나눠서 받을 수 있다면 어떨까? 만약 1년에 10만 원의 이자가 발생하는 경우, 2만 5천 원씩 4번에 나눠서 받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면 받은 이자를 다른 상품에 다시 투자를 하거나 필요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고, 채권을 만기 전에 팔 수도 있을 것이다. 가지고만 있어도 만기까지 계속 이자를 주는 것이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따로 없다. 이러한 형태의 채권을 '이표채'라고 한다. 표면이자율에 해당하는 이자를 1년에 몇 번씩 나눠서 지급하는 방식의 채권인데, 지급 주기는 1개월, 3개월 등 다양하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대부분의 채권은 이표채인데, 이것이 거래되는 금액이 액면 금액과 동일한 경우는 거의 없다.
예를 들어 액면 금액 10,000원에 발행된 이표채의 표면이자율이 5%라고 가정해 보자. 이 채권이 발행된 시점의 시장 금리가 3%였는데, 10%로 갑자기 상승한다면 채권의 가치는 떨어질 것이다. 그냥 은행에 예금만 맡겨도 채권보다 높은 이자를 받을 수가 있는데,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채권에 투자할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이런 경우에는 채권의 가격이 떨어진다. 반대로 시장 금리가 1%로 떨어진다면? 은행 예금을 넣는 것보다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채권의 가격이 오를 것이다. 또한, 이자 지급 시점에 따라서도 가격이 달라진다. 만약 7월 1일에 이자를 지급했고, 다음 이자 지급일이 10월 1일이라면 어떨까? 이자를 받으려면 2달 이상 기다려야 하는 7월보다는 곧 이자를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9월에 이표채의 가격이 상승할 것이다.
또한, 채권을 발급한 기관의 신용등급 또한 채권 가격과 표면이자율에 영향을 준다. '신용등급'이란 기관이 빌린 돈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을 신용평가사가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부여한 등급을 말한다. 대표적인 국내 신용평가사로는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NICE신용평가'가 있고, 외국의 신용평가사는 '무디스(Moody's), 피치(Fitch), S&P(Standard & Poor's) 등이 있다. 신용등급이 이자율과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상식적인 선에서 이해하면 된다. 신용도가 높은 기관의 채권일수록 표면이자율이 적고, 신용도가 낮을수록 표면이자율이 높아진다. 신용도가 낮다는 것은 채권자 입장에서 돈을 못 받을 확률이 높아지기는 것이기 때문에, 돈을 빌리려면 높은 이자를 지급하는 것이다. 또한, 같은 표면이자율을 주는 채권이라면 신용도가 높은 기관에서 발행한 채권 가격이 더 높아진다.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높은 채권일수록 안정성이 보장되어 가격이 높아지는 원리인 것이다.
그럼 이렇게 매력적인 투자 상품인 채권은 어떻게 거래할 수 있을까? 우선 증권사 애플리케이션에 들어가서 로그인을 한 뒤, 채권 투자를 위한 계좌를 만든다. 일반적으로 CMA 계좌를 만들면 주식, 채권 등 다양한 투자 상품을 거래할 수 있다. 지난 글에서 다루었던 ISA 계좌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ISA 계좌를 통해 채권을 보유하고 있으면 이자에 대한 세금을 일정 부분 면제받는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계좌를 준비했다면 애플리케이션에서 '채권'을 검색하여 채권을 거래할 수 있는 탭을 찾아보자. 그러면 다양한 거래 방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인데. 대표적으로 장외채권, 장내채권, 해외채권, 단기사채, 조건부자본증권 등이 있다. 하나씩 살펴보자.
'장외채권'은 증권사에서 대량으로 미리 매입한 채권을 구입하는 것이다. 마트에 가서 물건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A마트에 가서 살 수 있는 물건과 B마트에서 살 수 있는 물건이 다른 것처럼, 각 증권사마다 판매하는 채권이 다르다. 반면, '장내채권'은 마치 주식 거래를 하듯이 거래소에 상장된 채권을 개인 간에 거래를 하는 것이다. 장외채권과는 다르게 어떤 증권사에서 거래하든 똑같은 채권을 구입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해외채권'은 달러로 발행된 채권을 말한다. 구매를 할 때도 달러로 하고, 이자도 달러로 지급된다. 때문에 해외채권을 구매할 때는 환율의 변동을 고려해야 하고, 투자하는 국가의 신용도를 살펴봐야 한다. '단기사채'는 만기가 1년 미만인 채권을 말하는 것으로, 만기가 짧은 채권을 구매하고 싶을 때 살펴보면 용이하다. 물론 일반 채권도 장내 거래를 통해 1년 미만인 채권을 골라서 구매하는 것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조건부자본증권(CoCo Bond)'이란 채권으로 발행되었지만 발행 시 정해둔 일정한 조건이 발생하면 주식으로 전환되거나 상각 되는 증권이다. 채권과 주식의 성격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증권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발행하는 기관 입장에서는 위기가 발생했을 때 채무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투자자인 채권자의 입장에서는 원금 손실을 입을 수 있는 위험성이 큰 상품이기 때문에 특별한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투자를 지양하는 편이 좋겠다.
지금까지 채권에 대해 힘차게 알아보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투자'라는 말을 들으면 '주식'이나 '부동산'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사실 채권은 자본 시장에서 주식과 쌍벽을 이루는 투자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많은 기관들에서 채권을 발행하고 있고, 그들의 사업을 유지하고 성장시켜 나가는 든든한 기둥이 되어주고 있다. 변동성이 큰 주식과는 다르게 안정적으로 장기간 약속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채권의 매력을 알아간다면, 투자 방식을 더욱 다채롭고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언제나 투자는 신중하게!
하우 투(How to):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들어는 봤는데, 이거 어떻게 하는 거지?" 낯선 주제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유쾌한 가이드북. 매주 일요일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