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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상한호랑이 Sep 01. 2024

'ETF'란 무엇인가? 깔끔하게 정리해 드립니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옹

   지금은 점차 인기가 사그라들고 있지만,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개봉했던 시점까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세계관이 문화계에 미치는 영향은 어마어마했다. 그만큼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많았고, 그들이 보여주는 각기 다른 매력과 능력들은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 모으는 자극제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어벤져스 멤버들 중에서 누가 가장 마음에 드는지를 묻고 답하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저마다의 철학, 전투 능력, 말과 행동을 바탕으로 대화를 나누었던 지난날들이 떠오른다.


한 기업만 고르는 게 너무 어렵다면

   그럼 이제부터 어벤져스 멤버들을 하나의 기업이라고 생각해 보자. 어벤져스에는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블랙 위도우, 헐크, 토르, 호크아이, 그 외에도 많은 멤버들이 있다. 이들이 앞으로 활약하는 정도에 따라서 배당을 받을 수 있고, 나중에 투자했던 지분을 다시 판매하여 차익을 얻을 수 있다면 어떤 멤버에게 투자하는 것이 좋을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각각의 멤버들이 지닌 철학, 능력, 매력 등을 고려해서 가장 마음에 드는 멤버를 고르고 투자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투자할 기업을 고르는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벤져스 멤버들 / 디즈니+

   그런데 특정한 멤버가 아니라 어벤져스 전체를 사랑하는 투자자라면 어떨까? 그에게 한 명의 멤버를 골라서 투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혹은 어벤져스 모두가 골고루 활약할 것으로 기대되긴 하는데 어떤 멤버가 앞으로 활약할지 분석할 시간이 없는 투자자도 있을 것이다. 이럴 때는 한 멤버를 고르지 않고 어벤져스 멤버 전체에게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100만 원이 있다면 한 멤버에게 100만 원을 모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어벤져스 그룹 자체에 100만 원을 투자하는 방식이다. 이것이 바로 'ETF'가 만들어진 원리다.


펀드의 단점을 보완한 상품

   ETF(Exchange Traded Fund, 상장지수펀드)는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펀드의 일종이다. 펀드란, 여러 명의 투자자들이 전문가에게 돈을 모아주면, 전문가가 그 돈을 대신 투자해 주고 수익금을 투자자에게 분배해 주는 상품을 말한다. 전문가는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데, 얼마나 잘 운용하느냐에 따라서 투자자들이 받을 수 있는 수익금이 달라진다. 펀드는 투자에 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하고, 상품 분석에 시간을 쏟기 어려운 소액 투자자 입장에서는 좋은 상품으로 보인다. 하지만, 구매와 판매 방식이 복잡하고 수수료가 높은 것은 항상 단점으로 지적받는다.

   ETF는 이러한 펀드의 단점을 보완해 준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ETF는 구매하고 판매하는 방식이 주식과 동일하다. 마치 주식을 구매하는 것처럼 매수 주문을 하면 되고, 판매하고 싶을 때에도 마찬가지로 매도 주문을 하면 된다. 주식에서 배당금을 받는 것처럼 ETF에서는 분배금을 받는다. 또한, 기존에 운용되고 있는 여러 펀드에 비해서 수수료가 적다는 것이 ETF의 장점이다. 소액을 투자하는 경우에는 이 수수료가 많지 않게 느껴질 수 있으나, 점차 자산 규모가 커질수록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율이 아깝게 느껴질 수 있다. ETF의 경우 많은 자산운용사에서 상품을 내놓고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거의 유사한 특징을 지닌 상품이라도 더 낮은 수수료를 책정한 곳을 선택하여 구매할 수 있다.


너의 이름은?

   그렇다면 ETF를 일반 주식과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 우선 투자 상품의 이름을 눈여겨보면 된다. ETF는 그 이름에 기초적인 정보가 담겨있다. ETF의 이름에는 자산운용사의 브랜드와 추종하는 지수, 그리고 투자 전략이 순서대로 나열되어 있다. 먼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ETF 브랜드로는 KODEX(삼성자산운용), TIGER(미래에셋자산운용), RISE(KB자산운용) 등이 있다. 이 브랜드 이름 뒤에 나스닥, S&P처럼 추종하는 기초지수가 쓰여있다. 추종하는 지수에 속한 주가가 전반적으로 오르면 ETF의 가격도 오르고, 주가가 떨어지면 ETF의 가격도 떨어진다. 만약 '마블자산운용'이라는 가상의 회사가 있다고 가정하고 브랜드 이름이 'MABLE'이라면,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어벤져스 전체에 투자하는 상품의 경우 'MABLE 어벤져스'라고 이름이 지어질 것이다. 

   지수 다음으로 쓰여있는 투자 전략에는 현물/선물 여부, 인버스(inverse) 여부, 환 헤지(hedge) 여부 등이 있다. ETF가 현물 자산에 투자하는 경우 별도의 표기가 없고, 선물 자산에 투자하는 경우 '선물'이라는 표기가 추가된다. 다음으로 인버스 여부는 추종하는 지수의 주가와 ETF의 가격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아니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를 말한다. 만약 ETF 이름에 '인버스'라는 용어가 붙어 있다면 지수가 상승할 때 ETF 가격은 떨어지고, 반대로 지수가 하락할 때 ETF 가격이 올라가는 상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인버스가 아닌 ETF에는 별도의 표시가 되지 않는다.

ETF 이름을 정는 방법 / 한국경제

   마지막으로 환 헤지는 외국 지수를 추종하는 ETF 상품이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여주는 것을 말한다. 이 말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서 예를 들어보겠다. 1달러에 1,350원일 때 원을 달러로 환전하여 한 주에 10달러인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한 달이 지난 후, 주가는 10달러로 동일하지만 환율이 1,200원으로 떨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내가 가지고 있는 미국 주식의 가격이 10달러인 것은 동일하지만, 원으로 환산했을 때는 135,000원에서 120,000원으로 가격이 떨어진 셈이 된다. 이러한 상황을 환율에 따른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환율이 오른다면 주가가 동일하더라도 원으로 환산했을 때 가격이 오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환 헤지가 된 상품이라는 것은 환율의 변동에 따른 이익과 손해를 모두 줄여주는 상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환 헤지에 해당하는 ETF는 (H)라는 표시가 되어있고, 환 헤지에 해당하지 않는 '환 노출' ETF는 별도의 표시가 없다.

   마지막으로 미국 금융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ETF의 경우, 우리나라 ETF와 이름이 정해지는 방식이 다르다. 미국의 경우 주식마다 알파벳 약자인 티커(Ticker)를 가지는데, 넷플릭스는 NFLX, 테슬라는 TSLA, 포드는 F 등으로 불리는 식이다. ETF 또한 티커를 사용한다. 우리나라처럼 브랜드 이름 뒤에 상품의 특징이 붙는 방식과 차이가 있다. 미국 ETF에 투자할 때는 이러한 차이를 잘 기억하고 각각의 ETF가 지니고 있는 특징을 잘 살펴보고 매수하는 것이 좋다. 미국의 대표적인 ETF로는 VTI(뱅가드그룹), SPY(SSGA), QQQ(Invesco) 등이 있다.


ETF는 무엇을 보고 사는가

   ETF 이름이 지어지는 방식을 알았으니 이제 ETF를 투자하기 전에 살펴봐야 하는 항목들을 알아보자. 아래 이미지는 '나스닥100'을 기초지수로 추종하는 ETF의 투자 정보를 가져온 것이다. 가장 먼저 추적지수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ETF가 추종하고 있는 지수를 말한다. 예시 종목의 경우 나스닥100의 지수가 오르면 가격이 오르는 정방향(인버스가 아닌) ETF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음으로 배수는 추적지수가 오르거나 내릴 때 ETF의 가격이 몇 배로 오르내리는지를 나타내는 항목이다. 만약 이 배수가 2배라면, 나스닥100 지수가 20% 올랐을 때 ETF 가격은 40% 오르고, 반대로 -20%로 손실을 봤을 때 -40%의 손실을 감당해야 한다.

   다음으로 구성종목을 보자. 이는 ETF라는 바구니에 어떤 투자 종목이 담겨있는지를 알려주는 항목이다. 보유 비중에 따라 주가가 ETF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달라진다. 순자산가치(NAV)란 ETF 1주에 담긴 구성종목의 실제 가치를 말한다. 이러한 실제 가치와 ETF의 가격은 항상 동일하지 않은데, 이러한 차이를 표시한 것이 괴리율이다. 괴리율이 0보다 높을 때에는 그만큼 순자산가치보다 ETF의 가격이 높은 것이고, 반대로 0보다 낮을 때에는 순자산가치보다 ETF의 가격이 낮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위의 내용에 더해 배당 정보와 수익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배당은 주식과 마찬가지로 ETF를 보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주기적으로 받을 수 있는 돈을 뜻한다. ETF의 경우 이 배당금을 분배금이라고 부른다. 높은 매매차익을 얻을 목적으로 ETF에 투자할 경우에는 배당수익률이 낮더라도 상관없겠지만, 주가의 변동보다는 주기적으로 들어오는 분배금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투자하는 경우에는 배당수익률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때, 주식의 배당금이 기업의 실적에 따라 매번 달라지는 것처럼, ETF의 분배금도 시기마다 달라진다는 것은 유의해야 한다. 다음으로 살펴볼 것은 기간 수익률이다. 이 항목은 해당 ETF의 가격이 그동안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나타낸다. 지금까지 계속 오른 종목이라고 해서 앞으로 계속 오르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내리던 종목이라고 해서 계속 내리는 것이라고 쉽게 예측할 수는 없는 것이겠지만, 수익률의 전반적인 추이를 보며 시장의 흐름을 살펴보고 매수 시점을 판단하는 보조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지만

   마지막으로 ETF 상품에 들어가는 비용에 대해 알아보자. 먼저 위의 이미지에는 없지만 ETF를 투자하기 전에 총 보수 항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는 자산운용사에서 ETF를 관리하는 데에 드는 비용을 의미하는 것으로, 투자자 입장에서는 자산운용사가 떼어가는 수수료라고 할 수 있다. 주의할 점은 MTS에 간략히 요약되어 있는 자료에 '총 보수'라고 쓰여있는 항목과 별개로 '기타 비용'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이 자산운용사로 들어가는 총비용을 정확하게 알고 싶다면 자산운용사 사이트에 들어가서 해당 ETF의 '투자설명서'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ETF 투자를 통해 얻은 수익에 대해 붙는 세금이 있다. ETF의 종류에 따라서 달라지는 세금이 있고, 동일하게 적용되는 세금이 있다. 먼저 동일한 것부터 알아보자. ETF를 매도할 때 발생하는 증권거래세의 경우 모든 ETF에서 공통적으로 면제된다. 분배금에 대한 배당소득세 또한 15.4%로, 모든 ETF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종류에 따라 따라 달라지는 것은 매매차익에 대한 배당소득세이다. 국내에 상장되어 있는 ETF 중에서 국내 주식을 기초지수로 하는 국내 주식형 ETF의 경우에는 매매차익에 대한 배당소득세가 면제된다. 즉, 국내 주식형 ETF를 사고팔며 얻은 매매차익이 얼마든지 간에 그에 따른 세금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주식이 아닌 해외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을 기초지수로 하는 ETF의 경우에는 매매차익에 대해 15.4%의 배당소득세가 부과된다. 이 내용을 표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해외 증권 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ETF에 투자할 경우 매매차익에 대해서는 22%의 양도소득세가 부과(250만 원 까지는 공제) 되고, 분배금에 대해서는 15.4%의 배당소득세가 부과된다는 점도 별도로 기억해두자.

국내 상장 ETF에 대한 세금 부과 방식 / 미래에셋자산운용

   오늘은 이렇게 ETF에 대해 알아보았다. 주식 투자를 통해 수익을 얻고 싶긴 한데 도무지 분석을 할 시간이 없는 경우, 또는 주식 하나에 올인하는 것보다는 여러 종목에 분산하여 투자하고 싶은 경우에는 ETF가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에 언급한 배당소득세와 양도소득세의 경우 ISA나 IRP, 연금계좌 등을 활용하면 면제 혹은 적은 비용으로 분리과세될 수 있으니 적극 활용해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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