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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날들」 -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읽었다옹

by 수상한호랑이

아프다가


담 밑에서

하얀 돌을 보았다


오래 때가 묻은

손가락 두 마디만 한

아직 다 둥글어지지 않은 돌


 좋겠다 너는,

 생명이 없어서


아무리 들여다봐도

마주 보는 눈이 없다


어둑어둑 피 흘린 해가

네 환한 언저리를 에워싸고

나는 손을 뻗지 않았다

무엇에게도


아프다가


돌아오다가


지워지는 길 위에

쪼그려 앉았다가


손을 뻗지 않았다




2025.2.7. 뻗었던 그 손에 찬 바람만이 감싸던 날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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