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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극장」 -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읽었다옹

by 수상한호랑이

한 해골이

비스듬히 비석에 기대어 서서

비석 위에 놓인 다른 해골의 이마에

손을 얹고 있다


섬세한

잔뼈들로 이루어진 손

그토록 조심스럽게

가지런히 펼쳐진 손


안구가 뚫린 텅 빈 두 눈이

안구가 뚫린 텅 빈 두 눈을 들여다본다


  (우린 마주 볼 눈이 없는걸.)

  (괜찮아, 이렇게 좀더 있자.)




2025.2.11. 보이지 않아도, 말하지 않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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