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피 흐르는 눈」 -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읽었다옹

by 수상한호랑이

나는 피 흐르는 눈을 가졌어.


그밖에 뭘 가져보았는지는

이제 잊었어.


달콤한 것은 없어.

씁쓸한 것도 없어.

부드러운 것,

맥박 치는 것,

가만히 심장을 문지르는 것


무심코 잊었어, 어쩌다

더 갈 길이 없어.


모든 것이 붉게 보이진 않아, 다만

모든 잠잠한 것을 믿지 않아, 신음은

생략하기로 해


난막(卵膜)처럼 얇은 눈꺼풀로

눈을 덮고 쉴 떄


그때 내 뺨을 사랑하지 않아.

입술을, 얼룩진 인중을 사랑하지 않아.


나는 피 흐르는 눈을 가졌어.




2025.2.13. 사랑하던 모든 것이 장막에 가로막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해부극장2」 - 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