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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소묘3 ─ 유리창」 -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읽었다옹

by 수상한호랑이

유리창,

얼음의 종이를 통과해

조용한 저녁이 흘러든다


붉은 것 없이 저무는 저녁


앞집 마당

나목에 매놓은 빨랫줄에서

감색 학생코트가 이따금 펄럭인다


(이런 저녁

내 심장은 서랍 속에 있고)


유리창, 침묵하는 얼음의 백지


입술을 열었다가 나는

단단한 밀봉을

배운다




2025.2.24. 그 입술 열지 않아도 투명히 보이는 바깥 풍경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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