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읽었다옹
은색 꼬리날개가 반짝이는
비행기가 날아가는 것을 본다
오른쪽 산 뒤에서 나아와
새털구름 안쪽으로 살라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은색 꼬리날개가 빛나는 비행기가
같은 길을 긋고 사라진다
활활
시퍼렇게
이글거리는 하늘
의 눈〔眼〕 속
어떤 말,
어떤 맹세처럼 활공해
사라진 것들
단단한 주먹을 주머니 속에 감추고
나는 그것들을 혀의 뒷면에 새긴다
감은 눈 밖은 주황빛,
내 몸보다 뜨거운 주황빛
나를 긋고 간 것들
베인 혀 아래 비릿하게 고인 것들
(고요히,
무서운 속력으로)
스스로 흔적을 지운 것들
2025.3.7. 자욱한 안개가 당장 눈앞을 흐리게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