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거울 저편의 겨울6 ― 중력의 선」 -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읽었다옹

by 수상한호랑이

사물이 떨어지는 선,

허공에서 지면으로

명료하게


한 점과

다른 점을 가장 빠르게 잇는


가혹하거나 잔인하게,

직선


깃털 달린 사물,

육각형의 눈송이

넓고 팔락거리는 무엇

이 아니라면 피할 수 없는 선


백인들이 건설한

백인들의 거리를 걷다가,

완전한 살육의 기억을 말의 발굽으로 디딘

로카의 동상을 올려보다가


거울 이편과 반대편의 학살을 생각하는 나는


난자하는

죽음의 직선들을 생각하는 나는


단 한 군데에도 직선을 숨겨놓지 못한

사람의 몸의 부드러움과


꼭 한 번

완전하게 찾아올

중력의 직선을 생각하는 나는


신도

인간도 믿지 않는

네 침묵을 기억하는 나는




2025.3.24. 몸도, 관계도, 생의 방향도 그것과 닮아있지 않다면.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거울 저편의 겨울5」 - 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