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읽었다옹
거울 뒤편의
백화점 푸드코트
초로의 지친 여자가
선명한 파랑색 블라우스를 입고
두 병째 맥주를 마시고 있다
스티로폼 접시에
감자튀김이 쌓여 있다
일회용 소스 봉지는 뜯겨 있다
너덜너더 뜯긴 경계에
달고 끈끈한 소스가 묻어 있다
텅 빈 눈 한 쌍이 나를 응시한다
너를 공격할 생각은 없어
라는 암호가
끌어올린 입꼬리에 새겨진다
수십 개의 더러운 테이블들이
수십 명의 지친 쇼핑객들이
수백 조각의 뜨거운 감자튀김들이
나를 공격할 생각은 마
너덜너덜 뜯긴
식욕을 기다리며,
2025.3.25. 갖가지 심경이 아로새겨진 총천연색 용광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