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읽었다옹
저녁에
우는 새를 보았어.
어스름에 젖은 나무 벤치에서 울고 있더군.
가까이 다가가도 달아나지 않아서,
손이 닿을 만큼 가까워졌어도
날아가지 않아서,
내가 허깨비가 되었을까
문득 생각했어
무엇도 해칠 수 없는 혼령
같은 게 마침내 된 걸까, 하고
그래서 말해보았지, 저녁에
우는 새에게
스물네 시간을 느슨히 접어
돌아온 나의
비밀을, (차갑게)
피 흘리는 정적을, 얼음이
덜 녹은 목구멍으로
내 눈을 보지 않고 우는 새에게
2025.4.1. 그 눈물 내 안에도 흐르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