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촌」 -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읽었다옹

by 수상한호랑이

주홍칠이 날은 정문이 하나 마을 어구에 있었다


「효자노적지지정문 孝子盧迪之之旌門」 ─ 몬지가 겹겹이 앉은 목각의 액에

나는 열살이 넘도록 갈지자之 둘을 웃었다


아카시아꽃의 향기가 가득하니 꿀벌들이 많이 날아드는 아츰

구신은 없고 부헝이가 담벽을 띠쫗고 죽었다


기왓골에 배암이 푸르스름히 빛난 달밤이 있었다

아이들은 쪽재피 같이 먼길을 돌았다


정문 집 가난이는 열다섯에

늙은 말꾼한테 시집을 갔겄다




2025.6.17. 여기 우리 존재하던 의미는 무엇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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