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bdellah Ihadian/Vogue Scandinavia
코펜하겐의 겨울은 크리스마스를 빼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코펜하겐의 크리스마스는 그야말로 따뜻한 축제의 계절입니다. 거리에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하나둘 걸리기 시작하고, 크리스마스 한 달 전 대림절이 시작되면 예수의 탄생을 기다리며 촛불을 밝히고, 하루하루 천천히 크리스마스를 준비합니다. 덴마크에서는 크리스마스를 'jul(율)'이라 불리며, 덴마크어로 메리크리스마스는 'god jul(구율)'입니다. 짧은 인사 한마디 한마디에 겨울의 따뜻한 온기가 전해집니다.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가 되면 가족들이 전통적인 만찬을 위해 한자리에 모입니다. 테이블은 구운 돼지고기, 오리, 삶은 감자, 붉은 양배추 그리고 깊고 진한 그레이비소스의 향기로 가득 찹니다. 가족들은 이 풍성한 음식들을 나누며 따뜻한 저녁을 보냅니다. 저녁식사 후에는 덴마크의 특별한 전통이 이어집니다. 선물을 열기 전, 가족들은 손을 맞잡고 크리스마스트리 주위를 돌며 크리스마스 노래를 부르고 함께 춤을 춥니다. 그리고 달콤한 디저트 시간, 크리스마스에 빠질 수 없는 리살라망드(Risalamande)가 테이블 위에 올라옵니다. 체리 소스를 얹은 폭신폭신한 라이스 푸딩은 1900년대부터 이어진 크리스마스 전통 음식으로, 푸딩 속에 숨겨진 아몬드를 찾는 작은 놀이가 더해집니다. 푸딩 속에 숨겨진 아몬드를 찾는 것입니다. 푸딩 속에 단 하나의 통아몬드가 숨어 있고, 이를 찾아낸 사람에게는 매늘게이브(Mandelgave)*라는 행운의 선물이 주어집니다. 이 작은 전통은 가족들에게 큰 웃음과 즐거움을 선사하며, 따뜻한 크리스마스의 밤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 줍니다. * 보통 간단한 선물 등을 준비합니다.
코펜하겐의 크리스마스는 '휘겔리(hyggelig, 발음 후가리)'함으로 가득합니다. 반짝이는 불빛,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축제 같은 모임, 그리고 마법 같은 루시아 퍼레이드와 같은 소중한 전통들이 이 계절을 따듯하게 감싸며 특별한 겨울의 분위기를 만들어 줍니다.
덴마크의 전통적인 축제 속에서 크리스마스 맥주인 율레브릭(Julebryg)는 한층 더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불어넣습니다. 'J-데이(J-dag)'로 불리는 11월 첫 번째 금요일 오후 8시 59분에 출시되는 이 진한 필스너 맥주는 캐러멜, 블랙커런트, 감초의 풍미를 자랑하며, 10주 동안만 즐길 수 있는 특별한 맥주입니다. J-데이가 되면 코펜하겐의 밤거리는 활기로 가득 차고 바텐더들이 정확히 8시 59분에 율레브뤼를 따르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축제의 막이 오릅니다. 징글벨 멜로디에 맞춰 울려 퍼지는 J-데이 노래가 도시 곳곳을 채우고 코펜하겐의 밤은 어느새 활기 넘치는 축제의 장으로 변합니다. 이 순간은 크리스마스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 합니다.
덴마크 크리스마스 맥주, 율레브릭 (Julebryg). J-데이 (J-dag)의 시작을 알립니다. | Scandinavian Standard
이 계절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코펜하겐 곳곳에는 크리스마스 마켓을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티볼리 가든(Tivoli Gardens)과 뉘하운(Nyhavn)에서는 그야말로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집니다. 마법 같은 조명과 정성스레 꾸며진 노점들은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을 연상시키며, 코펜하겐의 크리스마스를 더욱 특별하게 만듭니다. 향신료와 과일이 어우러진 덴마크 크리스마스 음료 글뢰그(gløgg)는 한 모금 마실 때마다 따스함을 전해주고 여기에 덴마크식 사과 파이인 달콤한 에블레스키버(æbleskiver)를 곁들이면, 코펜하겐 크리스마스의 매력과 아늑함을 온전히 만끽할 수 있습니다.
코펜하겐에서 꼭 가볼 크리스마스마켓 4곳
티볼리 가든(Tivoli Gardens), 겨울 동화 나라로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마법을 체험하고 싶다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놀이공원 중 하나인 티볼리 가든(Tivoli Gardens)이 제격입니다. 1843년, 게오르그 카르스텐센(Georg Carstensen)이 세계 여러 곳의 정원과 공원에서 영감을 받아 설립한 티볼리는 연말이 되면 반짝이는 수많은 조명과 7.5톤의 신선한 전나무 향기로 가득 찬 진짜 겨울 동화 나라로 변신합니다. 화려하게 장식된 나무 사이를 거닐며 달콤한 애블스키버를 한입 베어 물고 따뜻한 글뢰그 한 잔으로 몸을 녹이면, 이곳의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흠뻑 빠져들게 됩니다. 티볼리 크리스마스 마켓에서는 눈 덮인 나무들과 나무로 만든 아기자기한 노점들 사이로 60여 개의 부스가 자리 잡고 있어, 다양한 축제 장식품과 수공예품,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밤이 되면 콘서트와 여러 가지 즐길 거리가 이어지고, 불꽃놀이까지 더해져 티볼리의 밤은 마법 같은 추억으로 가득 찹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놀이공원 중 하나인 티볼리 가든의 크리스마스 | Tivoli
뉘하운(Nyhavn) 크리스마스 마켓, 항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동화 같은 축제
코펜하겐에서 가장 완벽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만끽하고 싶다면, 뉘하운(Nyhavn)의 역사적인 항구가 11월 초부터 12월 말까지 축제 분위기로 가득한 겨울 마켓으로 변신하는 모습을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자갈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크리스마스 장식품, 목재 수공예품, 독특한 선물들로 가득한 노점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다채로운 색상의 운하와 17세기 타운하우스들이 그 배경을 완벽하게 채워주며, 특히 저녁이 되면 물 위에 반사되는 불빛들이 어우러져 동화와 같은 풍경을 만들어 줍니다.
뉘하운 크리스마스 마켓 | Affordable Luxury Travel
콩겐스 뉘토르브(Kongens Nytorv) 크리스마스 마켓, 쇼핑의 천국
뉘하운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콩겐스 뉘토르브(Kongens Nytorv) 광장에서 쇼핑을 즐길 수 있는 크리스마스 마켓을 만나게 됩니다. 활기 넘치는 이 시장에서는 수공예 선물, 축제 장식품, 따뜻한 겨울 의류까지 다양한 상품들을 만나볼 수 있어, 연말 선물을 찾는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장소입니다. 또한, 현지 예술가들과 장인들이 만든 독특한 선물들도 눈에 띕니다. 역사적인 광장을 배경으로, 웅장한 건물들과 반짝이는 조명 아래의 이 시장은 뉘하운과 멋지게 어우러져 축제의 매력을 발산합니다.
*올해부터(2024) 콩겐스 뉘토르브 크리스마스 마켓이 크리스티안보르 궁전 근처 토발센스 플라츠(Thorvaldsens Plads)로 옮겨집니다. 새 장소는 기존 위치에서 도보로 약 10분 거리에 있습니다.
토발센스 플라츠 크리스마스 마켓 (구 콩겐스 뉘토르브 크리스마스 마켓) | Christmas Market Thorvaldsens Plads
호이브로 플라츠(Højbro Plads) 크리스마스 마켓, 코펜하겐 중심에서 만나는 독일 전통
호이브로 플라츠(Højbro Plads)는 현지인들에게 사랑받는 장소로, 독일의 전통이 더해진 크리스마스 마켓을 만날 수 있습니다. 코펜하겐 중세 도시 중심부에 위치한 이 시장은 18만 개의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조명과 크리스마스트리와 장식으로 아름답게 꾸며져 있습니다. 방문객들은 티롤에서 가져온 통나무 오두막집으로 꾸며진 아기자기한 크리스마스 마을을 둘러보고 정교한 유리 장식품, 종이 공예품, 맛있는 간식과 울 양말, 니트웨어 등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어디를 가든 향긋한 향신료와 소시지 굽는 향이 가득하여 겨울의 분위기를 더합니다. 한쪽 코너에서는 대형 바비큐에서 구운 독일식 프랑크푸르트 소시지와 1882년부터 레이히(Reich) 가문이 전통 방식으로 만든 달콤한 템프라니요 글뤼바인(glühwein)을 맛볼 수 있습니다. 이 글뤼바인은 시나몬, 카다멈, 감귤 껍질을 섞은 달콤한 템프라니요 와인입니다. 달콤한 간식을 원한다면 휘핑크림을 얹은 핫초코나 사과 주스, 아니스, 오렌지, 정향으로 만든 애플 펀치를 즐길 수 있습니다. 이 마켓은 스트뢰에(Strøget) 쇼핑 거리, 일룸 백화점, 황새 분수와 가까이 있어 아늑하면서도 축제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며 쇼핑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코펜하겐에서 가장 매력적인 크리스마스 경험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호이브로 플라츠 크리스마스 마켓 | 1.5 Collective
산타 루시아(Santa Lucia) 카약 퍼레이드
매년 12월 13일, 산타 루시아 카약 퍼레이드는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반짝이는 카약들이 코펜하겐의 운하를 따라 미끄러지듯 지나가며 도시 전역에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합니다. 이 특별한 퍼레이드는 크리스마스 캐럴과 함께 뉘하운, 크리스티안스하운, 호이브로 플라츠와 같은 상징적인 장소를 지나가며, 코펜하겐의 풍경에 축제의 빛을 더해 줍니다. 약 2시간 동안 이어지는 카약 행렬은 카약 바(Kayak Bar)에서 시작해 도시의 중심부를 통과합니다. 루시아의 날은 '빛의 전달자'로 알려진 어린 기독교 순교자를 기리기 위한 날입니다. 어두운 겨울밤에 빛의 귀환을 상징하는 이 퍼레이드는 촛불을 든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로 차가운 겨울밤 공기를 따뜻하게 만들어 줍니다. 덴마크 전역에서 전통적인 루시아 퍼레이드가 열리지만, 카약 퍼레이드는 이 전통적인 행렬에 운하의 매력을 더해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루시아 퍼레이드의 따뜻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는 코펜하겐의 겨울을 한층 더 특별하고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만들어줍니다. 촛불과 노래가 차가운 밤을 온기로 감싸고, 이 퍼레이드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어두운 겨울밤에 빛의 귀환을 상징하는 산타 루시아 카약 퍼레이드 | The Local dk
라이브러리 바(Library Bar)에서 즐기는 아늑한 휴식
축제 분위기 속에서 잠시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싶다면, 플라자 호텔의 라이브러리 바(Library Bar)에서 아늑한 시간을 가져보길 추천합니다. 코펜하겐 중앙역 근처에 자리한 이 숨겨진 보석 같은 장소는 1914년에 문을 열었으며 가죽으로 제본된 책과, 목재 패널, 그리고 은은한 조명이 어우러져 고풍스러운 매력을 자아냅니다. 가끔 라이브 연주가 진행되기도 하지만 조용한 밤에는 서로 조용히 대화를 나누거나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들뜬 하루를 보내고 긴장을 풀기에 완벽한 장소입니다. 크리스마스 시즌 동안 이 바에는 거꾸로 매달린 독특한 크리스마스트리가 장식되어 있어, 이 아늑한 공간에 크리스마스 시즌의 마법 같은 분위기를 더해줍니다. 이 바는 티볼리 가든과 다른 축제 명소에서 불과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어,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아늑한 휴식처입니다.
라이브러리 바(Library Bar)의 거꾸로 매달린 트리 | Ligula Hospitality Gro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