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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stainability Scientist Oct 27. 2024

겨울 바다 수영: 얼음 같은 물속으로 뛰어들기

코펜하겐의 겨울 수영과 축제

코펜하겐의 겨울은 도시에 마법을 불어넣습니다. 겨울이 찾아오면 낮이 점점 짧아지고 오후 3시만 지나도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합니다.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지만 이 시기의 도시는 축제의 분위기로 환하게 빛나며, 휘게(hygge, 발음: 후가)는 따뜻함이 깃든 일상의 일부가 됩니다. 11월이 되면 거리는 반짝이는 장식들로 물들고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설렘이 도시 곳곳을 채웁니다.


작가 로버트 샤플렌(Robert Shaplen)은 1957년  뉴요커에 실린 '코펜하겐에서 온 편지'에서 이 겨울의 분위기를 잘 담아내며, 휘게가 도시 곳곳에 깃들어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그는 "거리에는 미소를 지으며 서로에게 모자를 들어 인사하고, 낯선 사람에게도 다정한 인사를 건네고 싶어 하는 사람들로 넘쳐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묘사대로, 휘게의 따뜻한 정서는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도시를 채우며 이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겨울이 다가올수록 코펜하겐은 활기찬 축제의 즐거움으로 가득 찹니다. 11월에는 튜보르그(Tuborg)의 크리스마스 맥주인 율레브릭(Julebryg)이 출시되어 축제의 시작을 알립니다. 티볼리 가든을 비롯한 도시의 크리스마스 마켓들은 반짝이는 조명 아래 글뢰그(gløgg)*, 에블레스키버(æbleskiver)* 등 다양한 겨울 간식들을 제공하는 상점들로 활기를 띱니다. 12월 13일, 성녀 루시아를 기리는 '루시아 행렬'이 촛불과 노래로 겨울밤을 밝히며 마법 같은 분위기를 더해줍니다. 도시 곳곳의 아늑한 바들은 추위를 피해 따뜻한 음료를 즐기며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완벽한 장소가 되어줍니다.


* 글뢰그(gløgg) : 덴마크,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에서 겨울철,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에 즐겨 마시는 음료입니다. 레드와인에 향신료(정향이나 계피)와 설탕을 넣고 끓여 만들며, 보통 건포도와 데친 아몬드를 곁들여 함께 즐깁니다.

* 에블레스키버(æbleskiver) : 가장 인기 있는 덴마크 크리스마스 간식 중 하나로, 푹신한 덴마크식 팬케이크입니다. 이 이름은 덴마크어 문자 그대로 '사과 조각'을 의미하는데, 원래는 사과나 사과 소스의 작은 조각으로 채워졌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에는 보통 둥글고 속이 비어 있어 잼이나 슈거 파우더를 뿌려 먹기도 합니다.


하지만 북유럽의 겨울은 쉽지 않습니다. 낮 시간이 짧고 긴 어둠이 계속되면 일부 사람들은 겨울 우울증을 겪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코펜하겐 사람들은 오히려 이 계절에 더 활발한 야외 활동을 즐깁니다. 여름 내 즐겼던 항구에서의 수영은 겨울에도 계속됩니다. 도심에서는 카스트럽 해변(Kastrup Sea Bath), 아일랜드 브리게(Islands Brygge), 칼베보드 볼게(Kalvebod Bølge)에서 겨울 수영을 즐기며, 종종 뜨거운 사우나로 몸을 데운 후 차가운 물에 뛰어들어 몸의 순환을 돕고 상쾌함을 느낍니다. 북유럽 겨울의 찬 바람을 제대로 경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윌란(Jutland)의 눈 덮인 나무들 사이에서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타거나, 거친 북해의 클리트묄러(Klitmøller)에서 겨울 서핑을 즐길 수 있는 기회도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들은 따뜻함과 모험을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해주며, 겨울을 새로운 경험과 도전의 시간으로 만들어줍니다.


코펜하겐의 겨울은 축제의 불빛, 아늑한 모임, 그리고 짜릿한 활동이 어우러져 추운 날씨에도 잊지 못할 따뜻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크리스마스와 같은 특별한 날 전통을 즐기거나 덴마크의 겨울 풍경을 탐험할 수 있으며, 이 도시는 계절을 만끽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선사합니다. 


코펜하겐의 겨울 수영 


레프샬레외엔(Refshaleøen)에서 시작된 바닷물은 도시의 역사와 함께 흘러 외레순(Øresund)해협으로 이어집니다. 이 물길은 도시의 삶과 문화에 깊이 뿌리내려 있으며, 코펜하겐에서 물과 관련된 활동은 언제나 일상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그중에서도 야외 수영은  계절과 상관없이 사랑받는 활동으로, 여름뿐만 아니 겨울에도 특별한 매력을 발산합니다. 차가운 바닷물에 몸을 던지는 순간, 일상의 스트레스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상쾌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겨울 수영이라는 전통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코펜하겐의 뛰어난 수질 관리 덕분입니다. 1990년대만 해도 항구 지역은 폐수와 산업 오염물로 가득해 수영하기에 안전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 코펜하겐은 대대적인 정화 작업을 통해 변화를 이뤄냈습니다. 폐수가 직접 항구로 흘러가는 것을 막고, 장마철이나 폭우 시 오염 물질을 막기 위한 방벽을 설치했으며, 지하에 폐수와 빗물을 저장하는 시설도 마련했습니다. 그 결과 수질이 크게 개선되었고 2002년, 아일랜드 브리게에 첫 번째 항구 해수욕장이 열리면서 코펜하겐 도시 곳곳에서 항구 해수욕을 즐기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습니다. 


코펜하겐은 정교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수질을 확인하고 잠재적인 오염이나 범람이 감지되면 안전을 위해 수영 구역을 즉시 폐쇄하는 등 신속한 조치를 취합니다. 이러한 선제적인 조치와 꾸준한 관리 덕분 이 도시의 항구는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도시 수영 명소'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코펜하겐의 이 이야기는 겨울 수영을 더욱 인기 있게 만들었고, 새로운 세대의 덴마크인들이 이 전통을 즐기고 있습니다. 


코펜하겐의 겨울, 얼음 같은 물에 뛰어드는 것은 소중한 덴마크 전통에 참여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수십 년에 걸친 환경 보호의 성공을 직접 경험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이 경험은 혹독한 겨울 속에서도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덴마크인들의 강인한 정신을 상징합니다. 


코펜하겐과 그 주변에서 꼭 가봐야 할 겨울 수영 명소들 5곳

카스트럽 해변(Kastrup Sea Bath), 모두를 위한 겨울 휴양지


'달팽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카스트럽 해변(Kastrup Sea Bath)은 당장 차가운 물에 뛰어들지 않아도 그 독특한 곡선과 평화로운 분위기만으로도 방문할 가치가 있습니다. 아마게르 스트란드베이(Amager Strandvej)에 위치한 이곳은 외레순해협으로 100미터 뻗어 있으며, 겨울 수영객들에게 사랑받는 명소입니다. 원형 구조물은 바람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며, 맑은 날에는 인근 살트홀름 섬(Saltholm)과 발트해(Baltic Seat) 너머 스웨덴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해가 짧아지는 계절이나 밤이 되면 카스트럽 해변의 매력은 더욱 빛납니다. 목조 다리를 따라 설치된 조명이 어둠 속에서도 길을 밝혀주어 이 고요한 장소로 쉽게 안내해 줍니다. 수건과 보온병을 든 수영객들이 추운 날씨를 이겨내며 이곳에서 상쾌한 겨울 수영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이곳은 모든 연령과 이동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870제곱미터의 넓은 목조 데크는 연중 무료로 개방되어 수영이나 평화로운 순간을 만끽하며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특히, 5미터 높이의 다이빙 플랫폼은 바다로 뛰어들기에 완벽한 장소입니다.


주소 : Amager Strandvej 301, 2770 Kastrup, Denmark

운영시간 등 기본 정보 : Kastrup Søbad (Kastrup Sea Bath)


카스트럽 해변(Kastrup Sea Bath) | Astrid Maria Rasmussen/Vogue


아일랜드 브리게(Islands Brygge), 도심 속에서 즐기는 겨울 수영 명소


도심의 랑에브로(Langebro) 다리 바로 건너편에 위치한 아일랜드 브리게(Islands Brygge)는 코펜하겐에서 가장 상징적인 수영 명소 중 하나입니다. 이곳은 산업 항구에서 활기찬 레크리에이션 공간으로 변모한 도시의 변화 과정을 보여줍니다. 2002년에 개장한 아일랜드 브리게는 코펜하겐의 수변 지역을 활성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첫 번째 공공 항구 수영장 중 하나입니다. 이 부유식 수영장은 현대적이고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주변 항구 환경과 조화를 이룹니다. 다섯 개의 수영장 중 두개는 어린이를 위한 얕은 깊이의 수영장으로, 가족 단위로도 즐기기에 적합합니다. 또한 여러 높이의 다이빙 타워도 있어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습니다. 수질은 매일 모니터링되어 안전 기준을 충족하며 덕분에 추운 계절에도 수영을 즐길 수 있습니다. 여름에는 현지인과 관광객들로 붐비는 활기찬 허브가 되고, 겨울에는 여름보다 조금 한가해져 도심의 번잡함을 벗어난 평화로운 휴양지로서 계절마다 각기 다른 매력을 선사합니다.

  

 주소 : Islands Brygge 14, 2300 København S, Denmark 

 운영시간 등 기본 정보 : Havnebadet Islands Brygge


아일랜드 브리게(Islands Brygge) | Plus Pool



칼베보드 볼게(Kalvebod Bølge), 수영과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겨울 허브 


칼베보드 브뤼게(Kalvebod Brygge) 해안에 위치한 칼베보드 볼게(Kalvebod Bølge)는 코펜하겐의 워터프런트 지역으로, 한때 비즈니스 중심지였지만 현재는 휴식과 야외 활동을 즐기는 공간입니다. 파도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은 도시와 물을 더 가깝게 연결하며, 다양한 높이와 표면을 통해 방문객들이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게 합니다. 2020년에 도입된 '딥핑존'은 이동식 육각형 수영장으로, 겨울철에 잠깐 차가운 물에 뛰어들었다 나오는 짧은 수영(quick winter dip)을 즐길 수 있는 장소로 유명합니다. 더 모험적인 수영객을 위한 깊은 구역도 마련되 있습니다. 칼베보드 브뤼게는 일년 내내 이용 가능하며, 인근에 위치한 홍합 양식장은 물의 불순물을 걸러내어 물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이곳에서는 수영 뿐만 아니라 카약 등 수상 스포츠도 즐길 수 있으며, 카약 슬라이드와 카약 회전 코스 같은 시설도 갖추고 있습니다. 차가운 물놀이를 즐긴 후에 인근 카페에서 따뜻한 음료를 마시며 활기찬 항구 분위기에 흠뻑 취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칼베보드 볼게는 항구 반대편의 아일랜드 브뤼게와 조화를 이루 공간입니다. 아일랜드 브뤼게가 분주하고 활기찬 분위기라면, 칼베보드 볼게는 보다 여유롭고 편안한 환경을 제공하며 두 곳 모두 각기 다른 매력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주소 : Kalvebod Bølge, 1560 København, Denmark

운영시간 등 기본정보 : Kalvebod Bølge


칼베보드 볼게(Kalvebod Bølge) | Danish Travelor/Tripadvisor
칼베보드 볼게(Kalvebod Bølge)의 이동식 수영장  '딥핑존'(Dyppezone) | Laura Hall/Vogue Scandinavia


코펜핫(Copenhot), 코펜하겐 워터프론트에서 즐기는 이색 경험


레프샬레외엔(Refshaleøen)에 위치한 코펜핫(Copenhot)은 몸과 마음을 동시에 자극하는 독특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곳은 불로 데운 핫터브, 사우나, 그리고 차가운 물로 뛰어들 수 있는 얼음 가득한 공까지 한데 모 색다른 스파 문화를 경험하며 따뜻함과 시원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이색적인 장소입니다. '작은 시베리아'로 불리는 이곳은 섬에서 가장 추운 지역이었으며, 과거 조선소의 별명에서 유래했습니다. 이곳에서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옛 B&W 조선소와 코펜힐의 경치가 눈앞에 펼쳐집니다. 그 풍경은 과거와 현재, 산업 시설과 자연이 어우러진 코펜하겐의 매력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코펜핫의 진정한 매력은 강렬한 대비에 있습니다. 파노라마 사우나에서 땀을 빼고 나오면 기다리는 것은 찬물이 가득한 터브나 항구의 차가운 물입니다. 


잠깐의 망설임 끝에 용기를 내어 차가운 물에 몸을 담그는 순간, 온몸을 감싸는 짜릿한 감각이 일상의 피로를 단번에 씻어냅니다. 겨울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이 강렬한 대비는 최고의 매력입니다. 이곳은 또한 사람들을 이어주는 특별한 공간이기도 합니다. 현지인과 방문객들이 모여 함께 즐기는 핫데이즈(HotDays)는 코펜핫의 대표적인 이벤트로, 차가운 바닷바람 속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스파를 즐길 수 있습니다. 또한, 소규모 모임을 위한 프라이빗 예약이 가능해 친구나 가족과 함께 고요하고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코펜핫은 코펜하겐의 겨울을 색다르게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장소입니다. 과거 조선소의 섬에 만들어진 이 공간에서, 따뜻함과 차가움이 조화를 이루며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습니다.


주소 : Refshalevej 204, København, 1432, Denmark    

운영시간 등 기본정 : Copenhot  


| Copenhot
| Copenhot



스칸겐(Skagen), 겨울 수영 축제


매년 1월 마지막 주말, 덴마크 최북단 마을인 스칸겐(Skagen)은 용기 있는 수영 애호가들로 활기를 띱니다. 스칸겐의 황량하지만 아름다운 해변에서 열리는 이 겨울 수영 축제는 바다의 찬바람과 서늘한 파도 속에서 느끼는 생동감을 온몸으로 만끽하는 특별한 행사입니다. 이곳에서는 전 세계에서 모인 수백 명의 사람들이 함께 추위를 즐깁니다. 이 축제의 역사는 2012년 당시 덴마크 최초이자 유일한 아이스 스위머 페스티벌로, 지역 수영 클럽 '더 아이스 브레이커스(The Ice Breakers)'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스카겐의 독특한 빛 속에서 펼쳐지는 이 행사는 카테가트 해(Kattegat Sea)의 차가운 바다와 대비를 이루며 잊지 못할 장면을 선사합니다.


수영 참가자들은 한 해의 가장 추운 시기에 바다에 뛰어들며 도전과 용기를 보여줍니다. 종종 바이킹 헬멧이나 재미있는 의상을 입은 수영자들은 그 자체로 축제의 분위기를 더합니다. 찬 바닷물에 뛰어든 후, 온몸이 얼어붙는 듯한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바로 이어지는 것은 따뜻한 사우나와 모닥불, 그리고 코끝을 스치는 코코아 향기입니다. 수영자들은 이곳에서 덴마크 겨울 음식과 따뜻한 음료를 즐기며 몸을 녹입니다. 


이 축제는 단순히 수영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해변가에는 모닥불이 타오르고, 그 주변에서는 노래와 춤이 이어집니다. 축제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이 특별한 공동체의 일원이 됩니다. 축제장 곳곳에서는 다양한 문화 행사를 즐기며 진짜 바이킹처럼 덴마크의 겨울을 경험하고 싶다면 1월, 덴마크 최북단 도시로 떠나보시길 바랍니다. 


스카겐 겨울 바다 수영 페스티벌 (Skagen Vinterbaderfestival/Skagen Winter Bathing Festival) | Toppen af Denm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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