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추럴 페어링
봄을 맞아 산란기에 접어든 주꾸미 머릿속에는 쌀밥처럼 새하얀 알이 가득 차 있다. 선도가 좋은 주꾸미는 이빨만 제거하고 통째로 데쳐 먹어도 될 만큼 별미다. 눅진한 내장과 고소한 먹물, 담백한 알이 뒤섞여 바다가 넘실댄다.
윤기를 머금고 검게 빛나는 김 페스토를 접시 위로 펴 바른다. 주꾸미 먹물이 연상되는 프레젠테이션이다. 데친 주꾸미를 페스토 위로 하나씩 올린다. 야들야들한 주꾸미를 휘감은 해초의 풍미가 견과류와 치즈, 향신료와 뒤섞여 감칠맛의 향연을 펼친다. 씹을 수록 그 맛이 짙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