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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적당 Jul 18. 2021

나이 들며 가지고 갈 것과 놓아야 할 것

늙어가는 것을 생각한다.


어떻게 늙은 나를 마주해야 할까.


혹은 어떻게 늙어야 할까.

무엇을 가지고 가야 하고

무엇은 놓으며 가야 할까


나의 하루하루를 쌓아가며 살아가는 이 와중에

함께 가야 할 것과 놓고 가야 할 것을 생각해본다.



학창 시절 누군가를 지독하게 미워한 적 있다.

이 학교만 졸업하면 다시는 볼 일 없겠지.

그러나 곧 알게 된 누군가의 친구이기도 하다.

또 나를 지독하게 미워했던 그 누군가는

내 친구의 친구의 동생이기도 했다.


이 넓은 세상에 다신 만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도

사실 좁은 세상에 여러 인연이 엉켜 있는 거여서

얽힌 채 살아가야만 하는 걸 알았다.


나의 위치와 역할시간이 지나면 변하겠지만

내가 죽도록 싫어하는 사람들의 포지셔닝도 변한다.

결국 함께 어딘가로 흘러가는 중인 셈이다.


놓고 갈 수 있는 인연 혹은 악연은 없다.


그렇다면 놓고 가야 할 것은 무얼까.


그것은 나의 생각이다.

그 시절의 나의 생각들.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 가장 나를 아껴 주시던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

논문을 다 쓰고 6개월 뒤에 다시 봐라.
혹시 여전히 잘 썼다는 생각이 들면
6개월의 시간 동안 넌 성장하지 않은 거다.
공부를 그 사이 많이 했다면
부끄러워 차마 볼 수 없을 것이다.

/


행여나 늙어서 나의 생각에 전혀 변함이 없다면

사색하며 공부하기를 게을리했단 말이 된다.


여러 문화와 여러 경험을 통해

내가 진리라 생각했던 것이 무너지는 시간


절대 이해하지 못할 것 같은 사람을

그제야 조금 이해하게 되는 경험


이런 것들이 무수히 많아지면 좋겠다.


내가 놓아야 할 것은

정답을 찾았다고 자신하는 나 자신이다.


부디 나의 환경은 순응하되

나의 생각은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가기를

나 스스로에게 부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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