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적으로 좋은 사람은 없다
좋은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나는 이 명제에 관해 오랜 시간 동안 하나의 거대한 착각을 하고 있었다.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주변의 사람들은 절대적으로 좋은 사람들이었다. 나에겐 너무 좋은 사람들이라서 결점을 찾아낼 수 없었고 그들에게 가진 애정이 나에게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나에게 좋은 사람들은 절대 나쁜 사람이 될 수 없었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지금까지의 인생을 보내는 동안 부모님과 함께 산 기간보다 혼자 산 기간이 훨씬 길다. 어렸을 때는 친척들의 집을 전전하며 지냈고 IMF의 여파가 가시고 빚을 갚기 위해 해외에 노동자로 나가 계시던 아버지가 한국으로 돌아오고 난 뒤에야 모든 식구들이 함께 살게 되었다.
하지만 중학교 시기에는 학원까지 마치고 새벽이 되어야 집에 들어갈 수 있었고 가족들은 등교 전, 아침식사를 할 때만 잠깐 얼굴을 보는 정도의 사이였다. 고등학교는 기숙사 생활을 했고 20살부터는 대학교 입학과 함께 혼자 서울로 올라왔다.
그래서인지 가끔 통화를 할 때나 집에 내려갈 때, 평소에 대화를 할 때나 나에게 해주는 행동을 통해 가족 간의 애정을 더 강렬하게 느꼈는지도 모른다. 가끔 하는 통화의 그 몇 마디 안에 애틋함이 담겨 있었고 부모님이 날 사랑한다는 걸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나도 그런 나의 가족을 사랑했다.
그래서 나에게 부모님은 너무나 좋은 사람이었다. 이건 세상에 그 어떤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변하지 않을 절대적인 것이었다. 가족이란 그런 존재니까.
나는 고통스러운 서울 생활에 지쳐있었다. 대학교를 간다는 건 사실 공부를 하러 간다는 뜻이 아니었다. 현실은 서울이라는 대도시에 값싼 아르바이트 인력을 제공해주기 위해 대학교를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서울로 모여든 내 또래들은 아르바이트에 시간과 온 힘을 바쳤고 나도 거기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하루에 3개의 알바를 매일 하면서도, 그렇게 번 돈으로 내가 얻은 건 겨우 이 도시에서 숨쉬기 위한, 존재하기 위한 자격을 얻었을 뿐이었다. 월세와 공과금, 연명하기 위한 최소한의 식비와 교통비, 생활비를 제외하면 남는 건 없었고 결국 모두 스쳐 지나가는 돈일뿐이었다. 그러면서도 학자금 대출을 비롯한 빚들은 늘어만 갈 뿐이었다.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경험하면서 싫어하는 인간의 유형은 늘어갔다. 그중에서도 최악은 어린 알바생들에게 갑질과 성추행, 위협행위를 가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부당함을 참아내야만 하는 것은 모욕적이었고 나는 이런 종류의 인간들을 혐오했다. 그리고 증오했다.
그러다가 어떤 하루를 만났다. 오랜만에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집에 내려온 날이었다. 부모님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고 한 식당에 들어갔다. 그리고 여자 아르바이트생이 주문을 받기 위해 다가왔다.
그리고 난 보게 되었다.
내가 그렇게 혐오하고 증오했던 사람들의 행동을 아버지가 하고 있는 모습을.
여자 알바생과 눈이 마주쳤을 때, 그녀의 표정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난 알고 있다. 저 표정, 참고 있는 표정이라는 걸.
나도 몇 번씩이나 지었던 바로 그 얼굴이었다.
생각해보면 세상엔 좋은 사람만 존재하지 않는다. 당연히 나쁜 사람들도 존재했다. 하지만 긴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경험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다. 나쁜 사람들도 누군가에겐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나 역시도 여전히 내 가족을 사랑한다. 내 아버지를 여전히 사랑하고 나에게는 너무 좋은 사람이다. 이것은 어떻게 해도 변할 수 없었다. 내가 받은 애정과 유대감이 변한 것이 아니었기에. 그저 이런 사람이 내 아버지라는 게 나의 현실이고 나의 바닥이라는 점을 받아들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한 가지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남에게는 최악의 사람일 수 있다는 것. 좋은 사람이라고 해서 누구나에게 좋은 사람은 아니다. 이 기준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이었다.
절대적으로 좋은 사람이나 나쁜 사람은 없다.
단지 나에게 어떤 사람인가, 하는 것뿐이다.
매우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글쓰기.
음악과 소설을 사랑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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