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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적(蹤迹) / 한수남

by 한수남


발자국의 끝을 보면 이상한 기분이 든다

그는 어디로 간 것인가?

그는 평생 직선으로 걷지 않았다

눈 위에 찍은 발자국도 완만하게 휘어져 있다

수많은 좌충우돌이 숨어있는 발자국 하나 속으로

가만히 내 발을 넣어본다

그는, 유난히 행간이 깊어 빠져나올 수 없는

詩를 썼던 詩人이었다

겨울이 끝날 무렵 그는 종적을 감추었다

그는, 어디로, 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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