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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걸었지 / 한수남

by 한수남

길이 있길래 길을 걸었지

울퉁불퉁한 길, 지나니 빤빤한 길

빤빤한 길 지나니 다시 우둘투둘한 길


길이 막혀 있길래 돌아나왔지

목도 마르고 다리도 아팠지만

좁은 골목길에서 이상한 위안을 얻었지


비가 내리면 비가 와서 좋았고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불어 흐뭇했지

무거운 가방 속 하나씩 짐을 비우면서

돈도 없는데 실실 웃음이 새어 나왔지


혼자라도 좋고 둘이나 셋도 좋지

쓸쓸하면 다시 길을 걸어갈 테야

우산을 쓰고 걸어도

캐리어를 끌고 걸어도

생각해 보면 우리, 길 위에서 행복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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