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라이킷 27 댓글 8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작별 / 한수남

by 한수남 Aug 30. 2024
아래로

당신이 떠난대도

저는 울지 않고 당신을 잡지 않고 그저

달이나 한번 쳐다보겠어요

유독 정 깊은 달이 우리를 빤히 쳐다보며는

손이나 한번 흔들어 주겠어요

꽃 지는 봄도 가고 이슬비도 가고

지루한 장마와 폭염 사이에서

쟁글쟁글 태양은 익어갈 테니


당신은 세상의 길목 길목을 좀더 떠돌다가

어느 눈 오는 날 돌아오세요

당신이 이 밤에 기어이 떠난대도 저는

따라 나서지 않고 다정스레 웃지도 않고

창 밖 어둠이나 평화롭게 쳐다보겠어요. 저는


작은 일에 눈물이 많고 큰 일에는

덤덤하였으므로

여름이 가고, 가을이 가고,

어느 눈 내리는 저녁 당신이 돌아오면

제 가슴에 쌓인 몇 알의 소금을 꺼내

보여 드리겠어요


다시 당신이 떠난다 해도

이번엔 내가 떠난다 해도


브런치 글 이미지 1


이전 17화 두부 / 한수남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