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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어 / 한수남

by 한수남

너는 나보다 훨씬 많이 울었구나

도망치지 않고 온몸으로 맞았구나

눈물은 다 어디로 갔을까

아~~, 입은 벌렸지만 소리 지르지 않고

등뼈 꼿꼿하게 자존심을 지켰구나


텅, 텅, 두드려주마

머리 허리 꼬리

쫘악, 쫙, 찢어주마

또한 시원하지 않으냐


잘게 찢어놓은 살

모조리 던져넣어 끓인 한 냄비 국물 맛은

숨어있던 네 눈물의 맛

비린내도 없는 맑디맑은 너의 눈물로

나를 씻어 내나니


한 냄비가 끓는 동안은

한 존재가 엉엉 울고 난 시간

눈물은 사라지지 않고 깊숙이 숨어있을 뿐


나는 어떤 맛 어떤 냄새로 우러나

너에게 닿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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