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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 / 한수남

by 한수남

보들보들 두부를 파는 그녀의 피부는 보드랍다

그녀는 두부를 어떻게 만들까?


콩을

칼칼히 씻어서 푸욱 삶아서 펄펄 끓여서

삼베 자루에 넣어 비틀고 짜고 비틀고 짜고

그렇게 이십 년이 흘렀다 한다. 한 모에 삼천원


네모반듯한 착한 두부를 보면

나는 왜 죄(罪)라는 단어가 떠오르나

하얀 두부 한 모는 오늘 나의 아침 식사


입 속에서 두부의 흰 살이 으깨지는 동안

알게 모르게 짓는 사람의 죄에 대해 생각한다


두부를 먹고

두부처럼 보들보들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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