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떠난대도
저는 울지 않고 당신을 잡지 않고 그저
달이나 한번 쳐다보겠어요
유독 정 깊은 달이 우리를 빤히 쳐다보며는
손이나 한번 흔들어 주겠어요
꽃 지는 봄도 가고 이슬비도 가고
지루한 장마와 폭염 사이에서
쟁글쟁글 태양은 익어갈 테니
당신은 세상의 길목 길목을 좀더 떠돌다가
어느 눈 오는 날 돌아오세요
당신이 이 밤에 기어이 떠난대도 저는
따라 나서지 않고 다정스레 웃지도 않고
창 밖 어둠이나 평화롭게 쳐다보겠어요. 저는
작은 일에 눈물이 많고 큰 일에는
덤덤하였으므로
여름이 가고, 가을이 가고,
어느 눈 내리는 저녁 당신이 돌아오면
제 가슴에 쌓인 몇 알의 소금을 꺼내
보여 드리겠어요
다시 당신이 떠난다 해도
이번엔 내가 떠난다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