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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널 / 한수남

by 한수남 Aug 31. 2024

그녀는 평생의 절반을 터미널에서 살았다

떠나는 자들이 껌이라도 한통 사러 올까봐

돌아온 자들이 물이라도 한통 사러 올까봐

두 평 매점을 떠날 수가 없었다


너무 무거운 짐가방을 보고 있으면 자신도

어깨가 한없이 무거워져 왔고

짐이 없으면서 초라한 행색이면

왠지 모를 불안을 느끼면서, 자주

라면과 김밥과 삶은 달걀을 입에 넣었다


자신의 인생에서 꼭 한 번 만나고픈 사람은 누구인가

한번씩 그런 생각이 스쳤으나

우르르쾅쾅 천둥이라도 치는 밤이면

비를 막아주는 낡은 천장을 고마워하며

지방 소도시, 허름한 터미널로 들어서는

비 맞은 사람들이 왈칵 안쓰러웠다


이 밤, 떠나간 사람들이 돌아오는 터미널이 유독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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