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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포(三千浦) / 한수남

by 한수남

삼천포는 내게

삼천 가지 한(恨)이 서린 땅

소 장수 할아버지

평상 위에 앉아 있다 풍(風) 맞아 쓰러진 땅

젓갈 장수 할머니 젓갈 판 쌈짓돈

소매치기한테 홀라당 털린 땅

중학교 중퇴 아버지

친구들 피해 골목길로 숨던 땅

딸을 내리 넷이나 낳은 울 엄마

꺼이꺼이 미역국 억지로 넘긴 땅

결석한 짝을 찾으러 쥐포 공장에 가면

미자인지 순자인지 그 아이 얼굴도 꼭 쥐고기를 닮아있던 땅

태풍이 사납게 지나간 해는

집도 배도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집도 절도 없어진 사람들 길바닥에 나앉던 땅

스물두어 살 때, 그 바다에 빠져 죽으려고

방파제 끝까지 가서 서 있던 땅

사는 게 뭔지 천지 분간도 못하던

그 시절이 그래도 가장 그리운 땅.



삼천포 항에서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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