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는다는 것 / 한수남

by 한수남


눈동자는 살짝 물이 간 생선의 그것처럼 뿌옇고

눈물 콧물은 수시로 흐른다


입은, 꼭 다물어도 저절로 조금 벌어지는 구멍

숨쉴 때마다 빠끔거리는 금붕어의 입을 닮았다


단단하고 찰지던 흙덩이가 흐물흐물 풀어져

흘러내리듯, 단단했던 턱선과 목과 가슴

출렁이는 물살처럼 사뭇 처지고


손은 마치 나무의 껍질

발뒤꿈치는 나무의 거친 껍질

피부에는 버섯모양 검은 점이 군데군데 돋아난다


이 모든 것은

흙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

그것도 아주 잘하고 있다는 것


나이를 먹는다는 건,

흙으로 자연으로 서서히 돌아가고 있다는 것

우리 태어난 바로 그곳으로.


노인 (이미지 Freepik)

keyword
이전 13화주사위 / 한수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