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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청 / 한수남

by 한수남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다가 어느 퇴원하던 날

칼국수가 먹고 싶다고 했지, 후루룩

그녀는 뜨거운 것을 좀 넘기고 싶다고 했지


국물 몇 모금, 면발은 넘기지도 못했지

낡은 좌식 테이블에서 끙하며 일어서는 순간

휘청, 부실한 무릎은 중심을 잃었네

그녀의 전 생애가 크게 휘청거렸네


나는 젊은 며느리

나에게 가르쳐야 할 게 아직 많이 남아있어

걱정 가득한 그녀를 얼른 받아 안았네


팔십 하고도 중반까지 살아내느라

몹시도 지친 그녀를 가벼운 아기 같은 그녀를

꼬옥 안아주었네


이제 마음 놓고 넘어져도 된다고

내가 다 받아줄 테니, 당신의 삶 이어갈 테니

마음 놓고 훌훌 떠나셔도 된다고


고개 숙인 백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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