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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 한수남

by 한수남

더 이상 잃을 것 없는 몸

섬에게 주기로 하네


더 이상 부서질 것 없는 마음

파도에게 주기로 하네


더 이상 갈 곳 없는 발

신발을 벗고


발가락을 핥고 가는 파도에게

내 생의 마지막 비밀을 물어보네


모서리를 기대고 사는

이 여린 것들에 기대어 살면

나도 한 점 반짝이는 것이 될 수 있을까


파래 먹고 미역 먹고

아픈 몸을 바닷물에 씻어 말리며

나보다 더 아픈 이를 기억할 수 있을까


아직 다 나누지 못한 것이 무엇인지

섬에게

파도에게

물어 보기로 하네

모래알 옆에는 또다른 모래알이 있네



삼천포 실안 앞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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