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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다쟁이 Jan 24. 2022

김치볶음밥과 달걀찜(포근)


김장김치가 슬슬 익기 시작하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흐뭇해진다.

김치로 간단히 할 수 있는

음식이 많아져서이다.

예를 들면 김치찜, 김치찌개, 김칫국, 김치전

김치볶음밥, 두부김치 등등


주부가 되고 보니 옛날 어른들이 왜 김장을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겨울을 나기 위해 꼭 필요한 저장음식이

김치인 지 알 거 같았다.

50포기 100포기씩

마당에 배추가 수북이 쌓이고, 반으로 잘라

밤새 절인 김치를 새벽부터 씻었던 기억.

오늘은 우리 집 김장 날이면, 내일은 앞집

그다음 날은 옆집.

김장이 다 끝나고 나면  동네 어르신들은

한 집에 모여 돼지고기를 삶아 보쌈을 입안 가득 물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온 동네가 잔칫날 같았다.


이웃끼리 한집처럼 지냈던 어린 시절 김장날의 억은 추운 겨울 안방 아랫목에 엎드려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고 고개만  쏙 내밀고 귤을 까먹던 기억처럼 포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겨울이 오기 전

나는 김장을 할까 말까를 고민하게 된다.


힘든 과정을 거치고 두세 달을 맛있는 김치를

먹을 것인가?

아니면 인터넷으로 몇만 원이면 적당한 맛을

내는 김치를 주문할 것인가?

나이가 들수록 몸이 귀찮은 일은 하기 싫지만

이상하게 김장만큼은 나이가 들수록 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진다.


시간이 가서 김치가 익을수록 먹는 김치는

김장 김치의 깊고 시원한 맛을 따라올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 맛을 포기할 수 없었다.

하루만 힘들면 두세 달이 행복하고,

이삼 주 정도면 김치 양념이 배추와 서로 어우러져

멋진 오케스트라가 되어 있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난 이번 겨울이 두렵지 않았다.


한가한 주말 점심이지만 머릿속은 또 점심 걱정이다.

그래서 이 주 전 해놓은 김치통을 열어보았다.

아직 완벽한 앙상블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김치가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나도 따라 지긋이 웃으며 김치 국물에 푹 얼굴을 묻고 있는 김치 한 포기를 꺼냈다.

오늘 점심은 김치볶음밥이다. 



(재료 준비)



(김치볶음밥 완성 -버터도 넣고

                                  김가루를 넉넉히 뿌림)



(국은 미역국을 끓임)



(달걀은 중탕을 함)



(달걀찜 완성)



(김치볶음밥과 미역국)



(김치볶음밥과 달걀찜 완성)



오늘도 간단하지만 나름 그럴듯한 한 끼가

완성되었다.

다 김치 덕분이다.

오늘의 멋진 화음을 위해 애써주신

김치 지휘자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재료;

김치, 참기름, 버터, 미역, 소고기, 달걀,
양파, 당근, 파, 마늘

​나만의 레시피;

-김치를 참기름에 볶는다.
-매운맛이 좀 덜하게 버터도 넣음
-달걀은 중탕을 하면
  부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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