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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다쟁이 Feb 10. 2022

크리스마스 리바이벌(설렘)

크리스마스는  왠지 나도 모르게

설레는 날이다.

한 해가 끝나기 전의 마지막

연휴이기도 하고

싸웠던 사람과도

화해를 해야  할 것 같은

선한 마음이 드는 날.


산타를 기다리는 아이와

산타가 나에게는 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무언가 좋은 일이 있길 바라는 기대감이

설레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직 철이 덜 들어서인가?^^


우리 때의 크리스마스는 특별한 이벤트가 없었다.

지금처럼 트리도 없었고, 그저 집에 있는

고무나무에 반짝거리는 장식용 테이프를 두르고

불빛 나는 전구를 둘러 크리스마스 기분을

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설레었다.

12시가 넘은 새벽녘에 교회에 다니는 언니

오빠들이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며 성탄 노래를

부르면 왠지 모르게  가슴이 벅차서 잠이 오지 않았다.

혹시나하고 양말을 걸어두고 산타할아버지를 기다렸지만, 산타할아버지는 오지 않으셨던 거 같다.


크리스마스 선물로는  아버지가 퇴근하실 때

들고 오시는 커다란 종합과자 선물세트가

최고였다.

그 과자세트 하나면 세상을 다 얻은 듯 뿌듯했다.

선물상자 안에 들은 과자, 사탕, 초콜릿, 껌은

내가 좋아하는 종류의 과자가 아니더라도

몇 날 며칠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며

차마 아까워 먹지를 못했다.

과자가 하나씩 줄어들어 상자에 빈자리가

생기는 허전함은

정들었던 친구를 떠나보내는 마음과 닮아있었다.


소중한 걸 아껴두는 마음을 요즘 아이들은 알까?

때론 아이들이 물질적 풍요에 너무 익숙해져

아껴두고 싶은 작지만 소중한 마음을

느끼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


엄마는 크리스마스에는 집에서 맨날 먹는  

음식을 하기보다는

외식이 흔치 않았던 시절, 외식을 대신해

통닭 같은걸 사주셨던 거 같다.  

닭집에서 닭을 손질해 튀김가루

반죽을 묻혀 튀겨주시던 통닭은 그 시절의

특별한 메뉴 중 하나였다.

맛있는 통닭과 과자 선물세트 하나로  

나의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는 충분히 행복하고 따뜻했던 날들이었다.


지나고 보면 어린날의 초상은 폴라로이드 사진처럼

순식간에 일어나는 찰나의 모습으로

저장되었다가 사라진다. 

하지만 그 단편의 기억들이 나의 뼈와 살 어딘가에

녹아들어 늙어가고 있는 지금의 나를

지탱하고, 살아가는 힘이 되어준다.

 알 수 없는 신기한 힘을 나도 아이에게

전해주고 싶었.

작고 소중한 일상을 뼈와 살에 묻어두고

하나씩 꺼내어 쓸 수 있는 힘 말이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이다.

아이에게 크리스마스는 어떤 명절보다

행복하고 설레는 기분이 든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나도 그랬으니 말이다.

산타할아버지는 알아서 오실 테고

엄마인 나는 음식으로 뭔가

특별한 날을 준비해야 하는데.. 고민스러웠다.


우리나라 명절이 아닌

크리스마스에는 왠지 한식이 아닌 외국음식을

먹어야 할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TV 여기저기에서도 주로 하는 음식은

스파게티와 고기 요리. 샐러드류의

요리이다.


나도 여기에 장단을 맞추어 스파게티와 찹스테이크를 생각해냈다.

장점은 한식보다는 훨씬 간단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요리의 맛은 시중에 나온 대기업 소스가

다 해결해 줄 것이기에..

나는 그저 데코만 좀 신경 써주면

금방이라도 파티 분위기를 낼 수 있었다.


난생처음 스파게티를 할 때는 멋모르고

스파게티 면에 소스만 들이부었다.

그랬더니 시기만 하고  별 맛이 없었다.


스파게티도 새우나 고기 양파 버섯 베이컨 등

어떤 스파게티냐에 따라

부재료가 들어가야 맛이 있었다.


나는 가장 쉬운 양파와 고기를 선택했다.

고기는 신맛을 중화시켜 맛을 풍부하게 할 것이고,

찹스테이크는 면 요리의 부족한 영양을

채워줄 거 같았다.

그리고 뜬금없이 감자 스푸가 떠올랐다.

얼마 전 TV에서 본 류수영 배우가 했던 감자수프의 영향 이리라.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대충 있는 재료로

따라 해 보고 싶었다.


이쯤 되면 오늘 요리의 콘셉트는 모방이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하지 않던가?

오늘의 모방이 내일의 창조이길 기대해본다.




한식이 살짝 지겨운 날,

마음이 괜히 시큰둥해지는  날,

나는 크리스마스에 했던 요리를 리바이벌하기로

했다.

음식이 특별하면 그날 하루를 특별한 하루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료 준비;고기는 좀 저렴한 호주산 부챗살을

사용했다.)



(스파게티와 찹스테이크의 재료 손질)



(감자수프의 재료)



(고기 양파를 올리브유에 볶다가 소스 넣기)



(찹스테이크는 고기, 마늘 넣고 볶다 야채 넣기)




(감자수프)


(스파게티)


(찹스테이크)


(감자수프-감자수프는 피자치즈를 넣었더니

살짝 되직해졌다. 일반 치즈를 넣는 것이 나을 듯)



(완성)



(크리스마스 때는 치즈 스파게티와 샐러드를

 했었다.)



재료;

스파게티- 소고기, 양파, 스파게티 소스
                   올리브유, 스파게티 면

찹스테이크- 소고기, 양파, 파프리카,
                       스테이크 소스, 전분가루

감자수프- 감자, 양파, 버터, 물, 우유, 치즈


나만의 레시피;

-스파게티는 올리브유에 양파랑 고기를
  볶다가 스파게티 소스 넣기.
  (치즈 오븐 스파게티를 하려다
    그냥 스파게티로~~^^)

-찹스테이크는 오일 두르고
  마늘, 고기를 넣고 볶다가 스파게티
  소스 넣기(3스푼쯤)
-마지막에 전분물을 조금 넣음.

-감자 스푸는 감자, 양파, 버터를
  넣고 볶음.
-눌어붙으면 물을 적당히 넣고 익히기.
-우유를 넣고 푹 익힘(200미리쯤)
-일반 치즈 넣기
-핸드 블랜더가 없어 갈지는 못하고
  푹 익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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