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다쟁이 Feb 15. 2022

김치찌개와 김치찜 (귀찮음과 정성)


우리 집 아이는 식성이  좋은 편이다.

어려서 약간 아토피성 피부가 있어서

먹는 것에 주의를 많이 기울였다.

인스턴트식품은 되도록이면 안 먹이고,

주로 한식으로 식사를 했고

간식도 과일이나 감자 고구마

같은 것을 주로 먹였.

그래서인지 아이는 조금 크기 시작하면서부터도

과자, 인스턴트식품, 피자, 햄버거, 짜장면, 라면 같은 음식을 잘 먹지 않았다.

오히려 어른인 내가 피자 햄버거 짜장면 과자

밀가루 음식을 좋아했다.

아이가  잘 먹는 음식은 된장찌개, 우엉조림, 가지나물, 고구마순 줄거리 같은 어른들이

좋아할 법한 음식이었다.


어른인 내가 생각해도 참 신기했다.

가끔 밥하기 귀찮은 점심때, "○○아 우리 오늘 점심에 라면 먹을까?"  하고 부탁을 해서

라면을 끓이면 반도 채 먹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결국 주먹밥이라도 싸야 했다.


그런데 그런 아이가 희한하게

잘 먹지 않은 음식은 김치찌개였다.

다른 매운 음식은 잘 먹었기에

김치가 단순히 매워서 안 먹는 건 아닌 거 같았다.


"○○야! 김치찌개가 얼마나 맛있는데

한번 먹어봐~~"

"엄마는 어렸을 때 맨날 김치찌개만 먹었어.

엄마가 만약에 무인도에 딱 한 가지 음식만 가지고

갈 수 있다면  아마도 김치찌개를 가져갈 거야~~"


"돼지고기를 넣어도 맛있고, 참치를 넣어도 맛있고,

두부를 같이 넣으면 더 맛있고.."

김치찌개에 대한 예찬을 늘 입에 달고 살았다.


그래도 아이는 김치찌개는 입에도 대지 않았다.


나는 혼자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김치찌개를 먹일 수 있을까?'

'이 맛있는 맛을 왜 모르지?'


이런저런 궁리 끝에 내가 생각해 낸 음식은 김치찜이었다.

어찌 보면 김치찌개와 김치찜은 별반 다르지

않은 요리였다.

돼지고기가 들어가는 게 같았고,

물을 넣고 푹 조리는 것도 같았다.

다만 다른 건 돼지고기의 부위인데

그것이 크게 맛의 차이를 주는 거 같지는 않았다.


하루는 등갈비를 사서 등갈비 김치찜을 했다.

과연 아이가 잘 먹을까 안 먹을까 호기심반

기대 반 식탁에 마주 앉은 나는 미어캣처럼

고개를 내밀고 아이의 반응을 살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아이는 김치찜이 맛있다며 돼지등뼈와

함께 김치도  먹었다.

"○○아! 김치찌개랑 김치찜은 맛이 다르니?"

"응. 김치찌개는 맛이 없는데 김치찜은 맛있어!"

난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냥 혼자 짐작에,

김치찌개는 반찬이 하기 싫은 날

만사가 귀찮은 날

돼지고기나 참치를 김치와 대충 볶다가  

물을 넣고  만만하게 끓여내는 

엄마의 성의 없는 음식이고,


김치찜은 내가 좀 특별하게 마음을 먹고

등갈비를 사서 핏물을 빼고

고기를 삶아서 불순물을 빼고

김치를 김치 양념이 잘 베개 고기에다 돌돌 말아

황태나 멸치 다시물을 부어서 끓이는 

정성이 좀 들어가는 요리라는 것밖에는..


아이는 혹시 내 안의 내면에 숨겨진

귀찮은 마음을 짐작하고 있는 것일까?


어릴 적에 나도 엄마가 수시로 하시는

김치찌개가 싫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특별한 반찬이 없었던 시절,

겨울 밥상에 김치찌개는 단골손님이었다.

김치찌개가 밥상에 놓이면

"또 김치찌개야?" 하며 투덜댔다.

김치찌개가 싫었던 게 아니라

맨날 밥상에 올라오는 김치찌개가 싫었던 것이다.

맛이 없었던 게 아니라

변화가 없었던 밥상이 싫었다.


김치찌개는 맛있었지만

그 시절의 김치찌개는 왠지 모르게

엄마의 성의 없는 음식처럼 느껴졌었다.


나도 겨울철이면 손이 덜 가는 김치찌개를

밥상에 자주 올린다.

그러면 왠지 남편이나 아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거 같았다.

왜냐하면

그 김치찌개에는 대충과 귀찮음이라는 양념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이가 김치찌개를 싫어하는 건

김치찌개 잘못이 아니라

나의 잘못인 것이다.


문득 나는 나의 속마음을 들킨 거 같아

김치찌개와 아이한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조용히 김치찌개에게 혼잣말을 건넸다.

김치찌개야~

미안해~~

앞으로는

평범하지만 특별한 날에

평범하지 않은 특별한 음식으로

정성껏 끓여볼게~~^^



(재료 준비)



(등갈비 삶아내기)



( 김치찜을 할 때 양파도 넣었다.)



(등갈비에 김치를 돌돌 말기)



(압력솥에 양파를 깔고 돌돌 말은 김치와

  등갈비를 넣었다.)



(완성된 김치찜)



(먹기 좋게 김치를 썰었다.)



재료 준비;

김치, 등갈비, 양파, 황태 우려낸 국물


나만의 레시피;

-등갈비의 핏물을 뺀다(한 시간쯤)
-생강가루를 넣고 등갈비 삶아내기
   그리고 깨끗이 씻어 불순물 제거하기
-등갈비에 김치를 하나씩 말기
-압력솥에 채 썬 양파 넣고
  말아 놓은 등갈비 넣기
-황태 국물 넣기
-15분 정도 압력솥에 끓여서
   천천히 김빼기

이전 10화 가성비 좋은 닭볶음탕(풍성)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