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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다쟁이 Feb 06. 2022

엄마의 잡채(회한)


생일이면 엄마는 늘 잡채를 해주셨다.

미역국에 잡채 그리고 좀 더 풍성한 생일상에는

불고기가 차려졌던 거 같다.

케이크는 있었던 때보다 없었던 때가 더 많았던 거 같지만, 생일날 잡채 하나면 그걸로 충분했다.

아침도, 점심도, 저녁도 잡채로 모든 끼니를

때워도 좋았다.


다른 사람들은 잡채가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고

잘 안 해 먹고, 특별한 날에만 해 먹는 음식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반찬이 없는 날, 밥맛이 없는 날,

뭐가 먹고 싶은 날, 그리고 생일에는 꼭 잡채를  해 먹었다.

가끔 뷔페나 식당에서 나오는 잡채를

맛을 기대하며 먹었다가

너무 실망하는 때가 많아서

잡채는 늘 내 손으로 직접 해 먹어야 하는

음식이었다.


할머니가 생일날이면 늘 잡채를 해주셨단 얘기를

딸아이와  나누다 문득 나의 엄마 생일은 언제였던가를 떠올렸다.

"맞아! 외할머니 생일은 음력으로 1월 1일이었어."

그래서 할머니는 제대로 된 생일을 해본 적이

없는 거 같아..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왔다.


정말 그랬다.

내가 20살 이전에 엄마의 생일을 제대로 챙겨본 적이 있었던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엄마 생일이라고 따로 선물을 준비한 적이 없었던 거 같다.

설날은 명절 준비로 늘 정신이 없었고,

명절은 손님 접대로 며칠이 어찌 흘러가는지 일에

파묻혀 지내야 했다.

가끔 아버지가 "오늘은 ○○엄마 생일이기도 해"라고 친척들께 얘기하시면

엄마는 "내 생일은 늘 먹을게 많아 좋아"라며

그냥 흘려 넘기셨다. 

엄마의  말씀 속에는

정말 좋은 마음이 있으셨는지,

마음 한구석의 서운함을 그렇게 에둘러

표현하신 건지.. 그때는 짐작하지 못했다.


참 어리고 철딱서니가 없었던 시절..

엄마 생일을 생각하다 마음속에 묻어두던

엄마 생각이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엄마 생일을 그나마 제대로 준비한 건

엄마가 60살이 돼던 생신날이었다.

엄마는 갑작스레 발병된 뇌종양으로

수술을 하시고

1년쯤 후 60살의 생신을 맞으셨다.


회갑을 맞게 되는 엄마를 위해

이모가 오셔서 엄마 생신상을 같이 준비해주셨다.


곱게 한복을 차려입으시고

엄마는 생일 촛불을 끄셨다.

어쩌면 그 생일상이 엄마가 단독으로

처음 맞는 생일상 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또 어쩌면 이번 생일이 엄마가 기억할 수

있으신 마지막 생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그 생일 이후로 엄마의 생일상다시

차려지지 못했다.

엄마의 병은 차츰차츰 엄마를

거꾸로 된 시간 속으로 데려다 놓고 있었다.


건강하고 활기가 넘치게 사셨던 엄마는

7년의 아픔을 간직한 채

사그라드는 꽃잎이 되어

8월의 뜨거운 여름날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가셨다.




아! 철없던 날들 나는 왜 엄마의 생일을

챙기지 못했을까?

가슴속에 밀려오는 회한들이 그때도,

지금도 문득문득 나를 괴롭힌.


그리고 20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엄마를 생각하면 그때의  힘겹고, 가슴 아팠던 기억들이 자라나지 않는 몸속의 용종처럼 아직도 묵직하게 응어리져 남아있다.

그리고 가끔 꺼내어져 나를 눈물짓게 한다.


하지만

엄마의 음식을 생각하면

나는 항상 행복한 기억에 젖어든다.

엄마가 소풍날 싸주셨던 김밥,

세상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김치,

넉넉한 나눔이 있었던 만두,

그리고 생일날이면 해주셨던 잡채

그 음식 속에는 항상 엄마가 있었다.

그리고

그때의 음식을 따라 하며,

그때의 음식을 먹으며,

나는 항상 엄마와 만났다.


누구의 생일도 아닌 오늘

나는 20인분의 잡채를 했다.

엄마를 만나고 싶은 이다.



(재료 준비)



(료를 채 썰어 준비하기)





(채를 기름을 조금 두르고 볶기

  소금으로 싱겁게 간하기)



(은 재료들)



(용유 조금 두르고 당면 삶기)



(식용유 조금 두르고 간장, 설탕 넣고

 살짝 볶기)




(모든 재료를 참기름 깨를 넣고 버무리기

 진간장으로 간 맞추기)



(성된 잡채밥)



재료;

당면, 시금치, 양파, 당근, 어묵, 표고버섯
피망, 참기름, 깨, 설탕, 식용유


나만의 레시피;

- 모든 야채는 채 썰어 기름을 적게 두르고  
    볶기.
   싱겁게 소금 간하기.
- 시금치는 소금을 조금 넣고 데치기.
-당면도 식용유를 조금 넣고
  5분 정도 아주 살짝 덜 익게 삶기.
-당면을 한번 헹군 후
  기름 살짝 두른 팬에 1,2분 정도
  간장 설탕 넣고 볶기.
 (당면을 따로 볶지 않고 잘 삶아서 간장
  설탕 넣고 버무려도 됩니다)
-모든 재료를 섞어 참기름, 통깨를 넣고
  버무리기
-간 맞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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