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세게 제주여행2

-제주 2일 차-

by 수다쟁이


여행의 둘째 날이다. 언제부터인가 여행을 할 때는

하루 세끼보다는 배고플 때 두 끼를 먹는 것이 편해졌다. 좀 늦은 아침과 이른 저녁으로.. 좀 푸짐하게..

중간에 좀 허기가 질 때는 커피와 간식으로 지친 다리를 쉬게 하고 카페의 분위기를 먹는다.


두 번째 숙소가 서귀포시로 정해졌다.

그리고 오늘의 첫 끼는 전복돌솥밥이다.


전복돌솥밥

제주의 맛은 해산물이 주를 이룬다.

전복 성게 물회 등등 그리고 한 가지 더 흑돼지고기.. 여행 중에 맛집을 미친 듯 찾아다니지는 않지만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은

한 번쯤 먹어보는 게 여행의 소소한 즐거움이다.

아침을 든든히 먹은 덕에 오늘 걸을 힘이 다시 생겼다.


아침을 먹고 산책 겸 돌아본 길은 자구리 해안이었다.

자구리해변


이중섭 화가가 가족들과의 추억을 만든 곳이라는 자구리 해안은 한 바퀴 산책하기 좋은 곳이었다.

너른 바위 위에 앉아 바다를 잠시 바라보며 제주의 아침 바람과 인사하고 하늘만큼 다다른 야자수와도

키재기를 했다. 길을 걸으면 늘 마음이 차분해진다.

자구리 해변은 특히 더 그랬다.


오늘 여정의 계획된 첫 번째 장소는 정방폭포다.

갔던 곳인지 처음인지 사실 잘 기억나지 않았다.

천지연폭포에 대한 기억은 있었지만 정방폭포에 대한 기억은 없었다.

특별한 기대를 하지 않고 발걸음을 내디뎠다.


정방폭포

하지만 기대 이상으로 폭포는 장관이었다.

시원한 폭포수가 물보라를 일으켜 내 몸까지 전해졌다. 약간 더워지기 시작한 몸이 이내 한기를 느꼈다. 아직은 물놀이하기는 좀 이른 시기라 아쉬웠는데 정방폭포의 물보라로 바다에 들어가지 못하는 아쉬움이 덜어졌다.

답답했던 가슴도 좀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자 더위를 참지 못하는 남편은 마음이 급해졌다. 그래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나의 여행 계획 중에는 말하지는 않았지만 하루 한번 예쁜 카페 들르기도 포함되어 있었다.


폭포근처의 카페

가성비가 좋진 않았지만 주변이 아기자기하게 이뻤던 카페라 사진을 몇 장 찍기에는 좋았다.

가끔은 사진 찍는 게 귀찮기도 하지만

나중에 들여다보고 그때의 감정을 기억하기엔

사진만 한 것은 또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열심히 사진을 찍는다.


커피의 힘으로 시작한 두 번째 여정은 쇠소깍이었다. 쇠는 소, 소는 웅덩이, 깎은 끝을 의미한다고 한다.

담수와 해수가 만나 깊은 웅덩이를 만들고 바다 옆에 작은 계곡이 있는 같았다.

절경까지는 아니지만 작고 아늑한 느낌이 자리한 곳이었다.


예전에 아이랑 카누를 한 번 타본 적이 있었는데

어릴 때라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다시 한번 그 기억을 상기시켜주기 위해

쇠소깍에서 조각배를 타보기로 했다. 남편은 팔이 아파 노를 저을 수 없어서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노를 내가 잡았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갈수록 익숙해지는 나의 뱃사공 실력에 스스로 만족하는 시간이었다.^^


쇠소깍

하지만 다른 조각배를 탄 외국인 커플은 노를 잘 못 저어 자꾸 엉뚱한 데로 가길래 뗏목배를 저으시는 사공 아저씨가 left right 소리치며 큰소리로 외국인에게 노 젓는 법을 알려주셨는데, 딸은 배 타는 즐거움보다는 그 모습에 더 큰 웃음을 지었다.

때론 여행은 같이 하는 사람들로부터 즐거움을 얻기도 하는 것 같다.


두 번째 여정이 좀 길어져서 곳을 정하기가 애매했다. 마침 살짝 배가 고파서 예전에 형님이 추천해주셨던 단팥 집으로 차를 몰았다


팥빙수와 단팥죽

5년 전에도 참 정감 있게 느껴졌던 팥빙수 집은

여전히 그곳에서 낭만을 품고 자리하고 있었다.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둘러싸인 자그마한 가게는

온통 다 주인의 손길을 담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그 손길은 또 아주 정성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가게의 소품만큼이나 팥빙수나 단팥죽의 맛도 정성스러웠다.

그래서 하루에 한 번씩은 방문하고픈 예쁜 집이다.

빙수 한입 단팥죽 한입 번갈아 입을 즐겁게 하고

아기자기한 소품은 눈으로 담았다.

마음에 품고 싶은 소담한 집이다.


팥빙수를 먹고 나니 우린 갑자기 갈 곳이 없어졌다.

정한 일정은 너무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숙소와 가까운 서건도를 찾았다.


서건도

서건도는 잘 알려진 섬은 아니다. 하루 두 번 물길이 열렸다 닫혔다 한다는 모세의 기적이 일어난다는 섬인데 생각보다 이쁘진 않았다.

혹시나 물길이 막혀 들어갔다 다시 못 나오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을 앞에 두고 갔지만

의외로 물길이 열리는 시간은 길었다.

섬은 어둡고 좀 살짝 무서운 느낌이 들기도 했다.

아마도 많이 알려진 관광지는 아니라서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런 듯했다.

간혹은 남들이 발걸음 하지 않는 곳을 찾아가는 재미도 크다.


서건도를 뒤로하고

배가 고파 근처에 알려진 김밥집을 찾았다.

나름 알려진 곳 같아 찾아왔는데

별다른 맛을 선사해주진 않았다. 사진도 찍지 않았다. 김밥은 내가 싸는 김밥이 제일 맛있다.

저녁이 좀 부실해서 아쉬웠다.


숙소를 좀 일찍 들어갈까 하다가 아이를 위해

제주도 감성 소품샵을 찾았다.

아기자기하고 이쁜 소품을 구경하는 건

딸아이와 나를 위한 남편의 배려였다.


소품샵

딸아이는 고래가 매달린 팔찌를 나는 마유비누를 하나 구입했다. 아기자기하게 적힌 명언들도 눈으로 읽고 마음에 담았다.

고래와 말을 얻었으니 우리는 이미 제주를 얻은 셈이다.


숙소로 돌아와 우리는 숙소를 산책했다.

두 번째 날의 여정은 뭔지 모르게 살짝 아쉬움이 남았다. 먹거리도 볼거리도 마음의 크기만큼은 충족되지 않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달콤했던 단팥죽과 팥빙수를 떠올리며

따뜻한 커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우리에겐 세 번째 날이 또 기다리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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