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살아?

by 어차피 잘 될 나

2023년의 어느 날 코로나가 지나고 그동안 못 만난 지인들을 만났다. 6명 정도 모이는 모임에 갔더니 그중 한 명이 내게 어디 사냐고 물었다. 이혼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다. 그래서 큰 범위로 OO구에 산다고 했더니 그래서 OO구 어디냐고 구체적으로 물었다. 사는 곳은 그 사람의 가치를 매기는 기준이 되어버렸다. 또 다른 내가 되어버린 지 오래된 것 같다. 난 그날 그 사람의 질문에 적잖게 당황하고 상처를 받았다. 우리네 인생이 어쩌다 물질이 중심이 되어버렸나. 내가 사는 곳이 나를 가장 잘 나타내는 지표가 되는 건가? 내가 지금 재물이 없어서 그런 것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나? 난 건강하고 내 일을 가지고 있고 나를 사랑하고 불혹의 나이를 지났기에 그런 것에 휘둘리지 않는다고 자부하지만 그래도 어딘가 씁쓸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사람을 보는 기준이 '어디 사는가', '부동산은 어떤 것을 소유하고 있나' 이런 것이라면 난 그런 속물적인 사람과 결이 다르다. 그런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한다면 나는 그 사람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주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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