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아침잠이 없는 나는 아침에 글을 써.
두 시간쯤 지나면 누군가가 나를 불러.
"미남이 아침 약 먹었어? 오줌은 짰어?"
잠이 덜 깬 M씨는 내게 네 약부터 제일 먼저 물어
반쯤 감긴 눈으로 나온 M 씨의 품에 똑같이 반쯤 감긴 눈을 한 네가 안겨있어.
용무가 끝난 M씨는 다시 널 안고 방으로 들어가
매일 너를 품에서 재우고, 귀 청소를 해주는 M씨 말이야,
그래. 나의 오랜 친구 이자 너의 두 번째 엄마 M씨.
비밀인데, 사실 처음에 M씨는 너를 좋아하지 않았어.
기억나? 네가 다시 걸은 날.
어느 날, 분명 기어 다니던 네가 가끔 절뚝거리며 뒷다리로 서는 거야.
(처음 봤을 때, 나는 입에 있던 물 뿜을 뻔했어.)
분명 병원에서 다신 못 걷는다고 했는데…. 매일 마사지해 준 게 효과가 있나 봐.
인터넷에 검색했더니 재활하고, 침 치료하면 좋다고 했어.
그래서 나는 바로 재활병원을 알아봤어.
예상했지만 동물 재활치료도 병원비만큼 비싸더라.
침 치료는 한 번 갈 때마다 17만 원이었어.
사실 이미 네 심장약값도 버거워서 침 치료는 그만둘까, 고민하는데 네가 조금씩 걷는 거야. 세. 상. 에!
수의사는 뒷다리가 좋아진 게 아니라 허리가 좋아져서 허릿심으로 뒷다리까지 드는 거라고 했어.
어머. 그게 어디야.
기어 다닐 때마다 바닥에 쓸려서 빨개진 네 엉덩이가 얼마나 안쓰러웠는데….
잠깐이지만 너는 절뚝이며 걷기도 하고, 스스로 서기도 했어.
나는 어설프게 걷는 네 모습을 보며 행복했어. 비싼 돈, 하나도 안 아깝더라.
그런데 다리가 좀 나아지니 이제 심장이 문제였어.
네 심장병은 더 안 좋아져서 더 많은 병원비가 필요했단다.
나는 얼마 안 되는 적금을 네 병원비로 다 쓴 뒤, 집 보증금 일부를 빼서 병원비로 썼어.
내 월급으로는 네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었거든.
곧 이사해야 하는 암담한 우리 앞에 나타난 구세주, 구세주가 바로 M씨야.
나의 20년 지기 친구 M 씨는 내 오랜 친구지만 나와 정반대 되는 사람이야.
30대 아르바이트생인 나와 달리 어릴 때부터 똑똑한 그녀는 대학병원 의사로 성공했고,
감정적이고 즉흥적인 나와 달리 현실적이고 이성적이야.
나한테 M 씨는 좋은 친구이자 멘토란다.
오랜만에 만난 그녀는 거지꼴을 한 우리를 보고 모진 말을 했어.
"얘 딱 봐도 오래 못 살 거 같은데 올인하지 마.
그냥 데리고 있다가 편하게 보내줘. 치료 같은 데 괜히 돈 쓰지 마."
나는 냉정한 M 씨의 말이 아팠지만 그래도 그녀의 도움이 필요했어.
M 씨는 주눅 든 나를 보고 한숨을 쉬더니 자기 집으로 들어오라고 말했어.
야호! 미남아, 우리 갈 곳 생겼다!!!
짐을 챙겨 우리는 바로 M 씨 집으로 갔어.
M 씨의 집은 완벽했어.
우리가 살던 어두운 반지하 원룸과 달리 M 씨의 거실은 해가 쏟아질 듯 밝았어.
너도 넓어진 집이 좋은지 자꾸 기어 다니며 사고를 쳤어.
한 번도 동물을 키워본 적 없는 M 씨는 너를 못마땅해했어.
처음에는 네가 아무 데나 오줌을 지리고, 밥을 다 흘리고 먹는다며 너를 자주 째려봤잖아.
너도 M 씨를 싫어해서 M 씨만 보면 짖고, 오줌을 싸고 도망가기 일쑤.
나는 매번 너와 M씨 눈치를 보며 중간에서 싸움을 말렸어.
(개랑 싸우는 게 맞는 건지….)
다시 나가겠다고 짐을 싸기도 하고, 함께 너를 안고 동물병원으로 달리기도 했어.
크고 작은 사건을 보내면서 벌써 우리가 함께 산 지 4년이 넘었어.
4년 동안 많은 것이 변했단다.
너를 흘겨보던 M씨는 이제 널 함부로 대한 간호사를 흘겨보고,
M씨가 싫다며 짖던 너는 이제 M씨에게 안아달라고 짖어.
M씨는 저녁마다 네 귀 청소를 하느라 너랑 실랑이하고,
나보고 올인하지 말라더니 정작 본인은 월급 대부분을 네 물건 사는 데 쓰고 있어.
미남아, 이것도 비밀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