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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타일 Feb 29. 2024

온종일 나만 봐.

"끄으으르르르! 왕!!"     

우리 집에서 가장 일찍 일어나는 건? 미남이, 너!     

우리 집에서 제일 시끄러운 건? 그것도 미남이, 너!     

네 짖는 소리에 깬 나는 먼저 너를 안고, 화장실로 향해.     

네 대소변을 도와주고, 아침밥을 먹여.     

급한 볼일이 끝난 너는 언제 짖었냐는 듯 조용해. 

    

그럼 너를 거실 소파에 눕히고, 나도 내 할 일을 시작해.     

미로 아침 준비, 배변 패드 정리, 바닥 소독, 설거지, 내 커피 내리기 등등….     

내가 움직일 때마다 네 고개도 휙 휙, 나를 따라 움직여.     

계속 나를 보는 네가 귀여워서 나는 때때로 네게 말해.     

"저것만 하고 갈게. 기다려."     


아침 할 일이 끝나면 휴대폰을 들고 네 옆으로 가.     

계속 나를 감시한 너와 함께 소파에 누운 뒤, 어제 친구와 다 못한 카톡을 하고, 통화도 해.     

 그리고 오늘 올라온 웹툰을 보고, 밀린 드라마를 보기도 한단다.     

휴대폰과 TV에 내가 정신이 팔리는 동안 너는 아까와 같은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어.     

잠깐 휴식이 끝나면 다시 나는 너를 소파에 눕히고, 일을 시작해.     

네 점심 준비도 해야 하고, 인터넷 강의도 들어야 하거든.     

부엌에서 거실로, 거실에서 안방으로 바삐 돌아다니는 나를 따라     

네 고개도 다시 휙휙, 바쁘게 움직여.     


고 작은 머리로 뭐가 그렇게 궁금한 지 네 눈은 열심히 나를 쫓아.     

그러다 내가 네 눈에 안 보이는 구석이나 세탁실에 가면 넌 짖기 시작해.     

"끄르르르르…. 왕!!!"     

그럼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너를 데려와.     

내가 보이는 자리에 방석을 놓고 널 다시 눕혀.     

심지어 내가 화장실에 갈 때는 화장실 앞으로 네 방석을 끌고 와.     

그래도 힘 줄 때 쳐다보는 건 너무해….     


나는 너와 같이 있어도 네가 짖어야 너를 보는데 너는 온종일 나만 보는구나.      

마치 네 하루가 나를 보는 일만 있는 것처럼.     




가끔 너를 두고, 나만 외출할 때 있잖아.     

외출하고 오면 현관문 앞에서 기다리던 미로는 나를 보고, 꼬리를 흔들며 반겨.     

그리고 너는 조용히 현관문을 쳐다보다가 나를 발견하면 그때부터     

짖기 시작해.     

마치 "나 두고 어디 갔었어!?" , "왜 이제 왔어!?"라고 말하는 것 같아.     


네가 많이 아픈 요즘, 너는 기운 없는 모습이지만 여전히 나만 바라보네.     

잠든 시간,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남은 너의 하루는 온종일 나를 보며 지내고 있어.     


고마워. 온종일 나만 봐줘서.      

미안해. 나만 바라보게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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