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타일 Jul 04. 2024

결국 오고 말 시간.

미남아, 미안해.     

오늘도 또 병원이야.     

여행을 다녀온 뒤, 너는 설사하고, 밥도 먹지 않았어.     

초음파 결과, 간 종양이 더 커져서 위까지 누르고 있다고 했어.     

그래서 나는 유동식을 주사기에 넣어서  네게 주지만, 너는 그조차 싫다고 고갯짓을 해.


이제 아침 10시가 되면 병원에 너를 맡겨.     

너는 병원에서 종일 수액을 맞으며 버티고 있어.          

나는 간호사에게 도톰한 담요와 내 잠옷을 줬어.     

"엉덩이 살이 없어서 바닥이 딱딱하면 아플 거예요. 바닥에 푹신하게 깔아주세요. 이건 제 냄새 맡게 같이 넣어주세요."     

6년 전, 나를 홀린 네 퉁퉁한 엉덩이는 이제 뼈가 다 비칠 정도로 앙상해졌어.

          

너를 맡기고, 나는 병원 주변에서 널 기다리고 있단다.     

수액을 다 맞았다는 연락이 오면 네게 쓰던 편지를 접고, 너를 데리러 가.     

오늘도 너는 눈을 감고 있구나.     

"미남이 오늘도 아무것도 안 먹네요. 강제로 주사기에 줘도 다 토했어요."     

오늘은 뭐라도 먹었기를 기도했는데, 오늘은 기적이 있길 바랐는데….          

너는 내 품에 안기자,  눈을 감은 채로 코를 킁킁거리더니 편안한지 푸우하고 한숨을 쉬었어.

나는 네게 내 품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 열심히 네 얼굴에 계속 뽀뽀했어.     


수의사는 나를 위로했어.     

"미남이는 암 진행이 워낙 빠르네요.

수치도 심각하고….

 한두 달 살 거라고 예상했는데, 벌써 1년 동안 살았어요.

 보호자님이 잘 돌본 덕분이에요."

         

그래, 벌써 1년이 지났구나.      

1년을 네가 잘 버텼구나….

아주 힘든데 잘 버텨줬구나….               


그런데 미남아, 이제는 힘들 거 같아?     

매일 병원 와서 피 뽑고, 라인 잡고 아야 하는 거 그만할까?      

밥보다 많은 약은 그만 먹고,

우리 미남이 좋아하는 딸기랑 고구마, 닭가슴살 먹을까?

         

미남아, 엄마가 예쁜 수의 주문했어.



- 다음 글은 7월 25일에 올리겠습니다.

사합니다. -

이전 28화 우리의 마지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