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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n Oct 11. 2017

닌텐도 스위치

nike's enemy or public enemy

왜 이런 글을 쓰는지

예전 글 1) 순살치킨 2) 아메리카노


현재 나의 위시리스트 1번 항목은 닌텐도의 스위치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f5uik5fgIaI 

멋지지 않은가. 안큰데, 아름다워...


경영학도랍시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던 시절, '나이키의 적은 닌텐도다'라는 식의 책 제목을 보았다. 이해한 대로 요약하면 결국 아이들- 그리고 즐기는 사람들의 '시간'을 얼마나 점유하느냐의 싸움인데, 예컨대 만화책을 보며 음악을 들을 순 있지만 닌텐도 (당시에는 닌텐도 DS와 wii 가 있었다)와 운동복은 함께 팔리진 않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사람들이 집에서 게임하는 시간이 늘 수록 나이키의 매출은 줄어들 것이다, 뭐 이런 내용의 책이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운동하는 사람의 콘셉트를 강하게 밀어 지금처럼 나이키 러너스 클럽 같은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 운동하는 문화를 선도하는 방향이 있겠지만, 전자에 언급한 것처럼, 닌텐도 DS를 들고 다닐 때 입는 일상복 위주로 사업을 선회할 수도 있지 않은가, 뭐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뭐 어쨌든 나이키는 둘 다 그럭저럭 잘하고 있으니 저자의 주장을 받아 준비를 한 것인지, 세상에 쓸데없는 걱정이 나이키 걱정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지금은 닌텐도 보다는 언더아머가 더 위협적으로 보인다.


각설하고, 내가 왜 닌텐도 게임기를 좋아하는 것일까, 고민해보았다. 어릴 적, 영어학원 선생님은 당시 내가 살던 지방 도시에서 드문 국제결혼을 하셨었고, 자녀도 있으셨고, 이 땅의 슈퍼 워먼들이 늘 그렇듯 일과 가정을 지탱하는 입장이라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선생님의 집에서 수업을 받는다거나 하는 식의 진행이 있었던 것 같다. 수업이라기보다는 소셜 액티비티인데, 영어를 쓰는 정도였을까. 그때 그 선생님의 집에는 - 그 선생님의 아들이 가진 '닌텐도 64'가 있었다. 닌텐도 64라니! 초등학교 4, 5학년 무렵이었던 것 같은데, 놀랄 노자였다. 내게 최상의 RPG는 이스 2 스페셜(맞다, 만트라에서 나온 그거)였는데, 젤다라니! 물론 파이널 판타지 7의 놀라움도 있었지만, 당시에 내 눈에 비친 젤다 시간의 오카리나는 지금 보면 어색한 폴리곤들이 전혀 보이지 않은, 젤다의 프로듀서가 말한 그대로 미지의 땅을 그대로 탐험하는 경험을 선사해주었었다. 


그리고 이제야 한을 푼 닌텐도 DS. 대학시절 난 그것이 너무나도 가지고 싶었던 것 같다. 솔직히 갈망 까지는 아니지만, 터치를 통한 게임 플레이라니! ~~ 응원단 시리즈는 리듬게임에 취약한 나도 한참을 눈알이 빠지도록 그 작은 - 지금의 스마트폰보다도 작았을 - 화면을 보게 만들었다. 2개의 화면을 이렇게 활용하다니! 지금도 DS 의 후속작인 3DS 등으로 나오는 소프트를 보면 그 화면들을 잘 활용하여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준다. 


Wii는 또 어떤가. 경쟁사가 더 좋은 그래픽 위주로 발전을 하는 와중에, 아예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했었다. 아케이드나 다른 조작 도구로도 구현 가능한 부분이었지만, 기본 컨트롤러로 그런 걸 구현하다니! 게임큐브에서 더 이상 기기의 성능을 끌어내는데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보다 못한 닌텐도의 한계를 보는가 했더니, 이렇게 저질러버리지 않은가! 물론 그것이 메이저 한 하드코어 게이머를 끌어당기는 것보다는 새로운 영역을 조금씩 더 개척한 것이었지만 '캐주얼 게임'의 보다 많은 대중화 - 전연령화를 앞당긴 데에 닌텐도의 공이 결코 작다고 말할 순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게 다 스마트폰으로 이어진 거 아니겠어라는 성급한 주장을 하고 싶기도 하다. 


그리고 드디어 Switch! Wii U라는 전작에서의 실패를 딛고, 드디어 콘솔형 게임기의 휴대화를 이룩해낸 저 모습을 보라! 플스 4와 비타를 함께 사면 그나마 구현 가능했을 경험을 한 번에 해버리고. 조이스틱 2개를 혼자서 쓰거나, 둘이 함께 쓰거나 하는 식으로 바꿔서 쓸 수 있게 만든, 그야말로 스위치히터, 닌텐도 스위치. 나는 이 제품을 아는 형님의 집에서 한 번, 테트리스와 뿌요뿌요를 하며 즐기지 않았지만 - 그리고 그 조이스틱의 키감은 별로였고, 역시 작은 화면으로 게임을 하기보다는 큰 화면 - 티브이, 아이패드 -으로 하는 게 더 즐겁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스위치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렇듯, 새롭고 다른 것들에 매료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제3의 길 같은 방식을 좋아한다. 야, 이 길 말고 이렇게도 할 수 있어? 생각해보면 어릴 적 레고를 좋아했던 것도 그래서인 것 같긴 하다. 안철수에게 기대를 걸었던 것도 완전히 새로운 다른 무언가가 있지 않은가 하는 희망이 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희망들. 그걸 이루는 방법은 여럿 있겠지만, 닌텐도는 그걸 사업적으로도 훌륭하게 풀어내었다는 게 멋지기도 하다. 화투짝을 만들던 기업에서 여기까지 온 저력도 대단하고. 하지만 어쨌든 무엇보다 남들과는 다르게 가는 그 스웩(사실은 그렇게 따라가기엔 기술력도 자본력도 부족한 것은 사실일지도 모르겠다만), 이렇게 보면 나는 스스로 힙스터가 되고 싶어 하는 찌질이 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다르다' '새롭다'라는 것에 가치를 많이 두는 사람이다. 하지만 게임을 하는 방식이나, 즐기는 태도 혹은 실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스스로는 달라지지 않는 보수적인 성격인 셈이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은 당연한 법. 자연스럽게 메이저리티에 대한 갈망과 마이너리티에 대한 동경. 이런 주제가 이어지는 듯하다. 처음 시작은 자본적으로 우리 집보다 나아 보이는 집에 있는 그 기기, 그리고 그 기기로 즐길 수 있는 더 앞선 세계의 게이밍에 대해서 부러워했지만 지금에 닌텐도 레트로 게임기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 것은 이런 현상과는 조금 별개의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어쨌든 스위치를 사고 싶다. 젤다와 마리오 오디세이를 하고 싶다. 


171010 자기분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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