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매일 글쓰기 001
어떤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 좋을까? Fit 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최근에 사람을 채용하고자 노력하고 있고, 감사하게도 꽤 많은 지원자가 왔다.
심지어는 마음에 드는 사람도 꽤나 많다. 선택을 매번 해야 하는 것이 삶이지만 이런 선택은 너무 어렵다.
일단은 모두가 열심히 살아왔고, 각자의 역량이 다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자 노력하고 있는데. 원티드 혹은 대기업의 불합격 메일과 같은 느낌을 전달하지 않는 것이 쉽지가 않다. 당신을 뽑지 않는 것은 당신의 역량이나 자질에 대한 평가가 아닙니다라는 말이 입에 붙어 버리니, 또 한편으로는 그것이 그저 템플릿같이 느껴진다.
그렇지만 진심이다. 모두가 열심히 살고 있고, 각자의 고민과 각자의 진심이 있다. 이 사람은 이런 면모에서, 저 사람은 또 다른 분야에서 우리 팀에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 나의 10년 전에 비하면 모두 훌륭하단 것을 부인하긴 어렵다는 말.
원래 선택이 어려운 것은 비교우위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고. 수능도 아닌데 단순한 기준으로 줄 세워서 사람을 평가하기는 어렵다. 리소스 제한만 없다면 모두 뽑고 싶은데 어떤 사람을 채용해야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지난 수주 간 밤잠을 설치는 요인 중 하나였다.
포커를 생각해 봤다. 우리 하나하나가 팻감이라고 하면. 전략으로는 두 가지가 있을 것 같은데, 다음 패가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과 유사한지 (페어, 트리플, 포카드나 풀하우스) 혹은 스트레이트를 노릴 수도 있을 것이고. 모양이 같은 사람을 노릴 수도 있고. 가장 좋은 패라고 할 수 있는 스트레이트 플러시의 경우에는 같은 모양에 스트레이트까지.
숫자를 이 사람의 현재 수행할 수 있는 역량 레벨이라고 본다면, 같은 사람을 모으는 것은 - 그리고 그중에 높은 패(숫자가 높은)를 모으는 것이 좋은 전략일 수도 있겠지만. 최고의 패는 여하튼 스티플, 로티플이다. 성향 - Culture fit 은 같고 각자 맡은 역할이 다른 형태의 사람들이 줄지어 있는 모습.
차례를 지킨다는 것이 보수적인 느낌도 있지만. 규율과 규범, 혹은 규칙 속에 융화된다는 것은 이런 것일지도. 하지만 <마왕>에서 이사카 코타로가 빗댄 줄지어선 모습은 어쩌면 집단주의, 파시즘의 모습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동질성의 약점은 여기에 또 있겠지.
사실 이 바닥이 포커판도 아니고. 사람은 팻감이 아니니까. 이런 식의 비유적인 사고가 크게 도움이 되진 않는다. 일종의 합리화일 뿐이다. 사고의 도구로 사용해야지, 비유에 빠져서 길을 잃어서는 안 될 것. 하지만 1) 우리에게 동화될 수 있으며 2) 우리와 함께 메이드 (made) 될 수 있는, 다시 만들어 나갈 수 있는(make) 사람이 필요한 것은 사실. 동질적으로 모두가 같은 역할을 할 순 없으니 그런 지점을 고려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모두가 리더일 순 없고, 민주적인 운영을 따르다가 다수결의 함정에 빠질 수도 있고.
또 하나, 동질성을 꼭 지켜야만 할까에 대한 고민 중 남은 것은 성향에 대한 부분인데. 여즉 유행하는 MBTI로 보면 I와 E의 균형이고 그것을 싫어하는 입장에서는 잘 모르는 축구나 팀 스포츠에 비유를 하게 되는데.
같은 수비수라도 공격에 가담하는 성향이 얼마나 이었는지 ~ 이런 부분일 것 같다. 이건 중요한데, 우리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이 쉽지는 않다.
마지막으로 또 고려하고픈 것은, 우리가 어쨌든 하위리그를 아직 전전하는 팀이다. 모든 스타트업은 그렇지. 그러니, 성장을 지향하고 높이 꿈꾸는 긍정적인 성향인 필수겠다. 어려운 일은 계속 닥칠 것이고 힘들어할 것인데. 따라서 낙천적이고, 성향이 밝은 사람을 더 찾는 게 맞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Self-motivation 은 쉽지 않다고 보지만 어쨌든 회복탄력은 개인에게 달려 있다고 보는 편이니까.
여러 생각이 도구를 빌려 보았지만 딱히 정리되진 않았다. 그래도 풀어내고 보니 약간의 실마리는 보이는 듯 하기도. 차례가 메이드 하는 데도 중요하지만 생각을 정리하는 데도 중요한 것이겠지. 우선을 생각하고, 쏟아낸 다음에 편집을 해야지 다른 순서로 하면 무언가 놓치겠지. 사람도, 팀도 마찬가지일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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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에 덧붙인 글)
팀에 대한 여러가지 책과 글을 읽으면서 이 생각은 좀 더 공고해졌다. 다양성은 중요하고, 사이먼 시넥이 말했듯, 역량보다 성품이 더 중요하기도 하다. 그러나 다시 고쳐쓰면서 든 생각은, 그럼 그러한 사람을 어떻게 뽑을 것인가? 우리가 Made 될려면 어떤 패가 필요한가? 여기가 능력의 영역 같은데... HR 컨설팅이 괜히 있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마티 케이건씨가 말하듯이 제품팀이라면 결국 제품팀 매니저가 고민해야 할 영역인 것 같기도 하다. 흠.
초고: 2023.08.16
탈고: 2024.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