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여름
2008년 6월의 기억
글쎄 모르겠다.
공부하면 할수록 짜증 나고 미래는 깜깜하고 시국은 어지럽고 토할 것 같다. 그렇게 사라져만 가는구나 모두들. 인생의 이유라고 찾아봤자 어차피 평생을 살지 않은 지금 무슨 이유를 찾을 것인가, 하나의 목표를 위해서 살 것인가. 글쎄다. 행복은 잠시 잠깐, 인생의 대부분은 기다림으로 그려지는 것을. 그러나 그 배경 위에 행복을 그릴 수 있는 것을, 나만 몰랐나 정말.
그래도 말이야, 아직은 말이지, 슬퍼할 겨를이 없는 삶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런데도 여전히, 음 그래 그렇게 말이지. 아 이 뻔한 인간관계, 괴롭다. 시기가 시기이니 만큼, 내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고 또한 정확히도 몰라서 그냥 잠수 타고 아무것도 안 하고 시간을 보내고 어쩔 수 없는 시간들이 지나갔으면 한다만, 모르겠다. 아 젠장 아까운 등록금, 아 젠장 몰라, 그래도 말이지. 내 감정을 내가 모르니 이게 참 문제이다.
그저 외로움에 쩔쩔 메다가 그냥 그렇게 생긴 감정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문득문득 드는 것이지. 결국 이렇게 돌려서라도 분출구를 찾지 못하면 미칠 것만 같아서 하는 일이지. 그런데 참, 우울증이라던가 뭐랄까. 내 삶은 왜 이렇게 힘든가 라고 철없는 생각을 해보다가도, 글쎄 모르겠다. 결국 사람은 자기의 인생을 사는 것이지 남의 생은 상관없잖아? 아 빌어쳐먹을. 난 착하지 않아. 난 인간이 못돼. 그래서 문제야.
삶의 대부분은 나 때문이고 그대 덕분이지. 그래서 이 인생에 있어서 주체성이란 찾을 수가 없어.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그 모든 것들에 대한 부정은 나에 대한 부정과 같으니깐. 코기토 에르고 숨(cogito ergo sum), 근데, 생각 없이도 살아갈 수가 있단 말이지. 아니 생각을 제외한 대부분이 인생의 절반이 넘거든. 음, 그렇게 말하면 오히려 생각이 중요해 보이기는 한다. 그래도 말이야 난 여전히 헤매고 있으니, 글쎄다. 누가 누구를 좋아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 사실, 사랑을 누가 속 시원하게 정의할 수 있겠냔 말이야. 누가 한번 해 보시지! 근데 어차피 그 정의도 자신만의 것이거늘.
공부하기 싫다. 미래는 깜깜한데, 아무것도 아닌 책임감이 막중하다. 결국 모든 것이 다 회피이고 도망치는 것에 불과할지도 모르지. 그래도, 음 그래도 그것이 내 인생이니깐. 모든 것에서 도망치고 싶다. 산속에 홀로 들어가면 나 자신이 좀 나아질까. 글쎄, 도를 닦는다고 하여도 말이야. 그것이 뒤끓는 내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는 것일까. 모르지. 삶은 결국 공백일 뿐일지도 몰라. 그래도 말이지. 아 정말 그래도 그래도 타령인데, 넌 도대체 확신이란 없는 거냐.
그래 그렇겠지. 결국은 죄책감과 의무감 없이는 인생을 살아갈 수 없는 것일지도 몰라. 자신의 행복은 결국 행복해야만 하는 의무감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르지. 나를 이룩하는 것은 - 어제와 내일의 내가 손을 맞잡는 것이겠지. 그렇지 않다면 지금의 나는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이 아닌가. 아 정말로 그럴지도 모르겠다. 내가 믿고 내가 옳다고 하는 일을 하는 것에 내 능력이 부족함에 대해서 누구를 탓할 것인가? 아니 내가 모든 문제의 근원일지니. 꺼져버려라. 불타는 마음 따위 없으니깐. 진정하라고.
음. 그것이 가장 올바른 선택이란다. 과거에는 무엇이 있었니. 미래에는 무엇이 있니. 아무것도 없는 주제에 남에 대한 관심은 없는 것이 좋지 않을까. 자신이 서지 않았는데 남과 교류한다면 결국 자신이 무너질 뿐이 아닌가? 병신아. 아까 타자에 의해 내가 구성된다면 이건 모순에 자가당착이잖아! 아무렴 그것도 좋지. 결국은 나 자신은 겨우 그 정도의 정신을 가지고 있을 뿐이란 말이니까. 그래도 말이야.
그래서 너는 그녀를 좋아하는 건가 아닌 건가? 대답은 나오지 않잖아. 근데 말이지, 아직 모르겠는데, 이렇게 알아들을 수 없는 글로 싸질러 봤자 무슨 대안이 있겠냐고 하지만, 이건 내 최소한의 위안인걸. 그래도 말이지. 흥. 결국 너 자신도 모르는데 그녀의 마음을 알 수 있겠냔 말이지 만 말이야.
결국 그렇고 그런 것이야. 자기 위안을 하는 것이지. 이제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 충분히 괴로워했으니 뭐 그런 느낌에다가 그저 주위의 한 사람이 눈에 들어온 것에 불과하겠지. 진정한 사랑이냐고 스스로 되물어봐. 아닐걸, 그냥 스스로 견딜 수 없다고 느끼고 그렇게 느끼는 감정에 불과하지 않냐고 말할래.
그래서 넌 뭔데 도대체, 넌 왜 사는데 도대체. 글쎄 나도 그걸 알고 싶다. 왜 사는지만 알아도 포기를 하든 노력을 하든 하겠는데. 근데 어차피 내 인생은 포기와 실패뿐인걸. 궁극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말이야. 근데, 도대체 그 위대한 사람들은 얼마나 공부를 많이 했길래 그것이 가능할까. 잘 모르겠다. 여하튼 난 이렇게 죽어가고 있으니깐. 삶의 전제조건은 역시나 죽음인 법이지. 아무렴.
2017년 9월의 생각.
누군가를 좋아했던 기억. 그걸 증빙하는 글을 읽고, 고치다 생각해본다.
이렇게 고민을 했던 그대에 관하여, 이전 글을 쓰며, 남음 감정을 다 날려 버린 것 같다.
하지만 나는?
20대 초반의 고민은 무엇이었을까. 왜 저렇게 지랄을 하고 있었을까.
잘 모르겠다. 몇몇 문장을 지우며 글을 고치다, 그냥 싹 다 지워 버리고 싶었다.
그게 나의 20대였구나란 생각이 들어, 거의 날 것 그대로 남겨 두기로 결정했다.
하나도 변한 것 없이,
모든 것이 변한 것 같다. 나는.
그러니 저 글이 그렇게 부끄럽고, 완전 마음에 드는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저 때에는 무언가 갈구하고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글쎄 잘 모르겠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