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을 위한 불합격 회고록
드래곤볼 7개를 모으면 소원을 이뤄주는 신룡이 나타나는 것처럼, 불합격 7번도 소원을 들어주는 인사담당자를 소환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 너 불쌍하니까 내가 따~악 한 번만 기회 준다!’하면서. 벌써 7번째(곧 플러스 알파가 될 예정), 머리 쥐어 짜내며 제작한 포트폴리오와 이력서를 대차게 까였다. 심지어 한 번은 사전 과제 단계에서 탈락했다. 나름 자신 있는 글쓰기 과제였건만 전혀 어필하지 못한 모양이다.
초반에는 불합격 소식을 마주해도 ‘나.. 나도 그렇게 원한 건 아니었거든?’하며 새침하게 지원 취소를 눌렀다. 그러나 쌓여가는 불합격 수가 늘어나자 슬슬 두려워지기 시작하는 거다. 저 구석으로 밀어 넣고 회피했던 '경쟁력 없는 지원자'라는 사실이 드러날까 봐. 어떤 역량이 부족해서 탈락했는지 이유라도 알면 고치겠는데 아무것도 알 수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꼭 답이 없는 수학 문제처럼.
계속되는 불합격에 자존감과 멘탈이 너덜너덜해졌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 (수포자였던 과거의 실수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 비련의 주인공 흉내만 내고 있으면 청승맞을 뿐 달라지는 건 없다. 잔인한 현실을 알게 되니 오히려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이유에서 (다시 떠올리기도 괴롭지만) 불합격을 회고해 보려 한다. 인사담당자가 되어 냉정하게 내 포트폴리오를 분석해 어떤 역량이 부족한지, 부족한 역량을 어떻게 성장시킬 수 있는지 고민해 보는 것이다. 일전에 정리했던 커리어 로드맵 설정 방법과 비슷하지만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세우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먼저 탈락한 기업의 채용공고를 다시 한번 살펴본다. 주요 업무와 자격 요건을 분석하여 해당 기업이 어떤 인재를 원하고 있는지 나름대로 정의해 본다.
모든 콘텐츠를 통해 기업의 제품을 홍보하여 판매로 연결시킬 수 있는 콘텐츠 마케터를 뽑고자 함. 데이터 분석 및 해석 역량을 통해 콘텐츠를 개선하여 효율을 증진시킬 수 있어야 함.
1. 어떤 역량이 부족했을까?
- 매출과 연관되는 성과를 낸 적 경험이 적다.
- 데이터 툴을 통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해석, 개선한 경험이 적다.
- 카피를 기획하고 도출해 낸 경험이 적다.
2. 어떤 역량을 어필해야 했을까?
- 콘텐츠를 직접 기획하고 제작, 개선한 경험 (전략, 결과, 성과 등)
- 마케팅 캠페인 및 이벤트를 직접 기획하고 운영, 성과(매출)를 낸 경험
3. 부족한 역량을 어떻게 성장시켜야 할까?
(1) 데이터 분석 및 해석 역량
a. 컴퓨터활용능력 자격증 따기
b. 데이터 툴 강의 수강하기
c. SQL 자격증 따기
(2) 콘텐츠 기획 역량
a. 콘텐츠 기획 성공 사례 분석하기
b. 관련 아티클 분석하고 인사이트 얻기
c. 콘텐츠 기획 전, 타겟, 차별점, 의도 등 고민하고 정리하기
이렇게 불합격 회고록을 작성해 보니 내가 무슨 역량이 부족하며, 어떻게 성장시킬 수 있을지 대략적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나의 부족한 부분과 마주한 기분은 썩 달갑진 않지만 언제까지 회피할 수 없지 않은가.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계속 떨어진다면...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잡혀 갈까봐 하진 않겠다. 하여튼 우리 모두 어떻게든 해보자. 해보고 안 되면 답은 단결이다. 채용규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