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슈브 Jan 18. 2018

'왜?'가 불편한 사회

그런 질문하지마

"이 사업 왜 하세요?"

"그래서 회사의 핵심 목표는 뭐죠?"

"이 비지니스를 통해 말하고 싶은 메시지가 뭐예요?"


새로운 회사, 조직에 들어갔을 때 대표님들께 항상 했던 질문들이다.

작지만 내 사업을 할 때도 항상 자문했던 물음들이다.


크고 작은 회사에서 위의 질문에 내가 원하는, 만족하는 대답을 들은 경우는 없다. 다들 무언가를 하려고만 했지 왜 하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조직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안정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하면 더욱 그렇다. 매출 잘 나오고 일 잘하는 직원들 관리 잘되면 다른 것들은 바랄 것이 없어 보였다. 사원, 대리급 직원에게 심도 깊은 대답은 사치라고 여겼을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질문은 회사, 사업이 아닌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비슷한 대답으로 돌아온다.


"너 공무원이 되려고 몇 년 째 준비 중이자나, 근데 왜 되고 싶은거야?"

"원하는 대학, 회사에 들어갔어. 그래서 너 삶의 목표는 뭐야?"


우리는 사업이 아닌 삶에서도 왜 하는지 보다는 무엇을 해야지에 초점을 둔다. 그리고 '왜'을 물어보면 잘 모르거나 현실감각 떨어지는 철학적인 얘기, 괜히 쓸데없는 생각하게 하는 질문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제는 100여년을 사는, 한 번 사는 인생에서 시대적, 사회적 상황과 타인과의 비교에 쫓겨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만 안달나 있는 건 아닐까? 우리 모두는 행복하기 위해 살아가는 것인데 과연 그러한 삶이 진정한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왜'가 부재된 채 객관적, 사회적으로 '잘 사는 삶', '잘 나가는 사업'을 하기 위해 행동하는 것은 비트코인으로 돈 많이 번 친구따라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것과 크게 다를까?


'왜' 사는지, '왜' 지금의 일을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쓸데없고 귀찮고 괜히 있어 보이려는 낭비적 행동이 아니다.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자신만의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의미있는 삶이고 행복한 삶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30대가 되면서 오히려 20대보다 스스로에게 '왜'라는 질문을 소극적으로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리고 조금 슬퍼졌다. 일을 해서 돈을 벌고 경제적으로 자신의 삶을 책임지는 것은 매우 중요한 기본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왜'는 사라지고 돈을 벌기 위한 '무엇', 성공하기 위한 '무엇'만을 쫓고 있는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러한 삶의 방식이 나를 행복하게 해줄까? 라는 자문에 '절대 아니'라는 답만이 떠올랐다.


지금의 방식이 아니라는 것은 명백하지만 그래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아마 이 고민은 생을 마감할 때까지 계속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누구는 평생을, 다른 누군가는 20대에, 또 다른 누군가는 50대에 이러한 고민에 빠질 수 있다. 이러한 고민에 빠져있거나 고민에 대한 답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찾아가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각자의 답을 찾아보려 한다. 없는 답을 찾으려는 것일 수도 결과적으로 별 소득이 없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것도 나만의 답을 찾는 하나의 과정이기 때문에 우선은 실행해보려 한다. 그리고 이 교류가 어떤 형식의 콘텐츠로 표현될지는 아직 모르겠으나 비슷한 고민을 하는 모두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소망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좋은 사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